▲ 최근 이호진 태광 회장이 소유한 춘천 땅을 계열사가 개발 용지로 사들여 그 배경에 논란이 일고 있다. | ||
공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이호진 회장은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일대 본인 명의 토지를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에 매각했다. 거래가는 106억여 원. 태광 측은 골프장 건설부지 확보 목적에서 이뤄진 거래라고 밝혔다. 공시 내역엔 정확한 토지 지번과 면적은 기재돼 있지 않다.
동림관광개발은 2005년 9월 골프장 운영 등 종합체육시설업을 주 사업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현재 춘천시 남산면 일대 27홀 골프장 건설 작업을 추진 중이며 2010년쯤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이호진 회장으로 지분 51%(10만 2000주)를 갖고 있으며 그밖에 이 회장 부인 신유나 씨가 5%(1만 주), 아들 현준 씨가 39%(7만 8000주), 딸 현나 씨가 5%(1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 가족이 지분 100%를 가진 개인 기업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동림관광개발의 자본금은 현재 188억 원가량이다. 지난 2005년 설립 이후 골프장 개발 준비과정에 놓여 있던 탓인지 2005년 1억 9000만 원, 2006년 6억 9000만 원, 그리고 지난해엔 14억 2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동림관광개발엔 계열사 태광관광개발의 차입금 30억 원도 들어가 있는 상태다. 즉, 계열사 지원을 받는 그룹 회장 소유의 적자 회사가 회장의 땅을 자기 자본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주고 매입해 구설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광 관계자는 “(동림관광개발이) 은행 대출 등을 통해 토지 대금을 치르는 것”이라 밝힌다. 이 회장이 골프장 사업을 위해 개인 돈으로 미리 땅을 사뒀다가 골프장 개발 주체가 된 동림관광개발에 그 땅을 골프장 부지용으로 매각했다는 것이다. ‘돈도 못 버는 회사가 그룹 회장의 재산을 늘려주기 위해 땅을 사줬다’는 식으로 볼 수 없다는 뜻. 동림관광개발은 지난 3년간 골프장 용지 확보 등 사전작업을 하느라 수익을 낼 틈이 없었으므로 지금 현재 자본금이 적다거나 현재 적자 회사라는 게 큰 의미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이 동림관광개발에 넘긴 춘천시 남산면 일대 땅값은 지난 수년 사이 크게 치솟았다. 공시지가로 따지면 최근 3년 사이 적어도 두 배 이상은 뛰어올랐다. 실거래가가 이보다 높게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이 계열사에 대한 토지 매각과정에서 시세차익을 제법 남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러나 태광 관계자는 “이 회장이 해당 토지 거래로 실현한 차익은 한 푼도 없다”고 못 박는다. 골프장 사업 승인 이후 이 회장이 해당 토지를 동림관광개발에 넘기면서 ‘매입가와 같은 가격’에 처분했다는 것이다. 설명대로라면 이 회장은 계열사의 골프장 건립 사업을 위해 자신의 부동산을 한 푼도 이익을 남기지 않고 계열사에 넘긴 게 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5월 역시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이 갖고 있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일대 부동산(4만 5745㎡, 1만 3800평)을 89억여 원에 사들인 적이 있다. 공시에 따르면 거래목적은 ‘신규 사업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이었으며 현재 해당 토지 일대엔 골프장 태광컨트리클럽이 들어서 있다. 이 회장의 돈이 태광관광개발의 ‘투자 재원’이 된 셈이다.
동림관광개발의 골프장 사업 역시 이 회장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엿보인다. 동림관광개발의 골프장 개발이 한창인 춘천시 남산면 수동리 일대엔 이 회장이 동림관광개발에 넘긴 것 외에도 아직 이 회장 명의로 남아 있는 토지들이 제법 있다. <일요신문>이 부동산등기부를 통해 지번을 확인한 토지만 8만 3000㎡(약 2만 5000평)에 이르며 이외에도 남산면 일대에 이 회장 명의 땅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 명의로 된 수동리 토지 일대는 골프장 건립 붐을 타고 계속해서 땅값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춘천시가 동림관광개발과 남산면 수동리·행촌리 일대 52만 평 골프리조트를 조성하는 민자개발 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지난 2006년 3월 20일의 일. 이 회장이 수동리 일대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10월부터였다. 태광의 골프장 개발이 결국 이 회장 명의 부동산 가치를 올려놓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태광 측은 해당 토지가 어차피 골프장 용도로 쓰일 것이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태광 관계자는 “이 회장 명의로 남아 있는 토지들은 모두 골프장 필드를 둘러싼 자투리땅이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하는 ‘죽은 땅’이라 살 사람도 없을뿐더러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여지도 없다”고 단언했다.
현재 이 회장 명의로 돼 있는 춘천시 남산면 수동리 168-1 토지(1322㎡, 400평) 등기부엔 2006년 8월 18일 거래가액 1억 1997만 원에 이 회장이 해당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나와 있다. 3.3㎡(1평)당 30만 원에 매입한 셈이다. 2006년 1월 1일 이전까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회장 명의의 토지 거래가 대부분 이뤄진 2005년 말 시점의 거래가는 확인이 어렵다. 그러나 위 토지 거래 시점은 골프장 사업 승인 이후이므로 2005년 말 당시엔 앞서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토지 매입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광 측은 아직 동림관광개발이 골프장 용지를 100% 확보한 상태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어 확인된 것만 수만 평에 이르는 이 회장 명의 땅도 조만간 동림관광개발에 팔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가격이 어느 정도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이 회장의 부동산 매입이 계열사를 활용한 재테크였는지, 아니면 계열사 사업을 위한 선투자였는지가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