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의 아버지는 아들의 묘비명에 ‘Elvis Aaron Presley’라고 새겼는데, 미들네임은 ‘Aaron’이 아닌 ‘Aron’이어서 의구심이 제기됐다.
엘비스의 죽음에 대한 가장 큰 미스터리는 그의 혈액에서 수많은 약물이 발견되긴 했지만 치명적인 약물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수많은 음모론과 의혹이 이어졌다. 자살설을 시작으로 살해설도 대두되었고, 그 흐름은 자연히 생존설로 이어졌다. 그가 ‘증인 보호 프로그램’ 속에서 죽음을 가장한 채 어디선가 변장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미국의 마약 조직에 대한 정보를 당국에 증언했는데 보복을 두려워했고, 그런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았고 FBI에 보호를 요청해 ‘공식적으로 사망’한 뒤 외딴 곳에 숨어 살고 있다는 설이다. 마피아의 위협설도 있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의혹도 있었다. 엘비스의 아버지 버논 프레슬리는 아들의 묘비명에 ‘Elvis Aaron Presley’라고 새겼는데, 엘비스의 미들네임은 ‘Aaron’이 아닌 ‘Aron’이었던 것. ‘a’가 하나 더 표기되어 있는데 ‘a’는 부정의 접두사다. 프레슬리의 아버지는 아들이 죽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고 이런 방식으로 프레슬리가 살아 있음을 드러냈다는 것.
또 하나의 증거는 존 버로스(John Burrows)라는 이름. 엘비스의 사망이 발표된 지 두 시간 후 엘비스와 흡사한 존 버로스라는 사람이 멤피스 공항을 빠져나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했는데, 이 이름은 엘비스가 종종 사용했던 가명이었다. 엘비스는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지친 나머지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라틴아메리카로 향했다는 것이다. 엘비스가 자신의 가짜 죽음을 준비했다 얘기도 있었다.
가장 큰 증거는 그의 시신을 넣었던 공기 냉각기가 갖춰진 400킬로그램짜리 관. 이것은 이미 프레슬리가 주문했던 것이었고 자신 대신 밀랍인형을 넣었으며 냉각기는 인형이 녹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였다. 한편 관 속의 프레슬리가 가짜라는 설도 있었는데 그는 죽기 며칠 전 병원의 영안실들을 비밀리에 방문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는 자신과 닮은 시체를 찾으러 다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장례식.
흥미로운 건 이런 수많은 경험자들이 모두 엘비스의 팬들은 아니었다는 점. 물론 열성 팬들도 있었지만, 평소에 엘비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엘비스에 대한 묘한 경험을 했고 그것을 증언했다.
‘엘비스 귀신’에 대한 경험담은 다소 섬뜩하기까지 하다. 엘비스가 죽은 후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유령이 된 엘비스를 접했다고 전하기 시작한 것. 힐다 위버라는 여성은 초자연적 현상엔 전혀 관심 없었고 인정하지도 않았던 정신과 의사였는데, 엘비스가 죽은 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놀라운 경험을 한다.
당시 20대 후반으로 한참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그녀는 어느 날 밤 사무실에서 학회지에 실릴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자신의 방에 있는 고객용의 편안한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는 엘비스였다. 20대의 젊은 모습이었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던 엘비스는 도움을 주고 싶다며 말했다.
“당신의 삶에 만족하나요, 미씨?” 깜짝 놀란 힐다. ‘미씨’(Missy)라는 이름은 어렸을 때 친척들이 부르던, 긴 세월 동안 잊힌 애칭이었기 때문이었다. 엘비스는 따스한 시선으로 “힐다, 당신이 인생에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 봐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멤피스 출신의 어느 여성은 엘비스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정도 되었을 때, 명상 중에 망자의 목소리를 종종 듣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은 어쩌면 신기한 체험 정도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엘비스는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 다음 주는 엘비스에 대한 종교적 체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