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9일 강기정 최고위원과 김한길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5·4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번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은 대의원 50%, 권리당원 30%, 국민여론조사 20% 비중으로 대의원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지난해 6·9 전당대회 때 김한길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모바일 투표에 밀려 이해찬 의원에게 당 대표 자리를 내줬다. 김 의원 측이 “당권은 당원에게”를 외치는 복심에는 지난번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뜻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김 의원이 민주통합당의 키를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민주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 의원은 41%를 기록했다. 뒤를 이은 추미애 의원(21.1%)과 거의 20%포인트 차이다. 이미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16.8%), 강기정 의원(10.4%)의 지지를 모두 합해도 막상막하의 결과가 나온다.
이 때문에 당내 범주류 세력이 힘을 모아 ‘반(反) 김한길 연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당내 범주류는 계파색이 옅은 추미애 의원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구민주계 출신인 추 의원이 이미 출마를 선언한 다른 의원들과 합종연횡한 뒤 반 김한길 연대를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미애 의원 측은 “현재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고민하고 있다. 솔직히 우리들은 출마를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김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를 잡으려고 당을 다 태우지 말라”며 맞불을 놓았다.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이 되는 것은 결코 당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이용섭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류 대 비주류’다. ‘김한길 대 비(非) 김한길’이다, 이런 이야기는 주로 김한길 후보가 혼자 하고 다닌다”며 “민주당 대선 책임을 따지자면 김 의원 책임도 매우 무겁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결국 당 내부에서는 김한길 의원을 잡을 사람은 친노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문재인 의원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이에 대해 “문재인 의원의 출마는 민주당의 분열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류와 비주류 중 누가 당권을 잡든지 내부 동력으로 혁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안철수 신당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있어야 비로소 민주당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계완 매일P&I 대표는 “반 김한길이라는 말 자체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의원이 대세로 굳어졌다는 것을 반증한다”면서 “겉으로는 대결 구도로 비치고 있지만 이미 친노들은 김한길 의원과 채널을 열어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 측이 당권을 잡은 뒤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