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0일 발표한 인사 부실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에 대해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17초 사과문'이 무성의하고 진정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조차 '혹 떼려다 오히려 붙였다'며 쓴 소리를 내뱉고 있는 모습이다.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로 된 사과문은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내용이다. 인사위원장인 허 실장 명의의 사과문을 김행 대변인이 읽는 형식이었다. 사과문 낭독에 걸린 시간은 17초여서 '17초 사과문'으로 불리고 있다.
사과문이 발표되자 야권은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차가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가 진정 국민과 소통하려면 '17초 대독 반성문'으로 얼렁뚱땅 넘기려 들지 말고 인사 참사 책임자인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실장이 아닌 김행 대변인이 대독했다는 점도 뭇매를 맞고 있다. '인사 참사'로 불릴만큼 그 사안이 심각한대도 김 대변인이 달랑 두 줄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일단락 지으려는 것을 놓고 비난이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나와도 시원찮을 판에 대변인이 나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대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목소리는 여당 의원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김용태 의원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못 막게 됐다”고 했고, 조해진 의원은 “이왕 사과를 할 것이면 진정성 있게, 모양새 있게 해야 한다”며 “이번 사과는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여당 내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인사가 없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