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에서는 ‘김한길 대세론’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컷오프 이후 생존자 2명이 단일화를 이뤄낼지가 유일한 변수로 남아 있다. 일요신문 DB
물론 12일로 예정된 컷오프 경선에서 3인이 본선에 진출하고, 이 가운데 2명이 김 의원을 꺾기 위해 단일화를 이뤄낼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민주당 전대는 이미 계파 싸움으로 점철됐다는 인상을 심어줬고, 4월 재보선과 맞물리는 데다 초반 범주류 단일화 무산으로 반전 가능성조차 축소돼 국민 관심에서 갈수록 멀어지는 상황이다.
민주당 5월 전대의 당권경쟁은 일단 김한길·신계륜·강기정·이용섭 4파전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신계륜·강기정·이용섭·이목희 의원, 이른바 범주류 4인은 그동안 3차례나 회동하며 컷오프 경선 이전 후보 단일화를 모색했다. 그러나 이들의 단일화 추진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강 의원을 제외한 3인은 컷오프 이전 단일화를 선호해왔다. 하지만 연대 없이도 본선 자력 진출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분석돼온 강 의원의 생각이 달랐다.
강 의원은 정세균 전 대표와 가까워 조직력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5일 원음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란 것은 가치와 노선의 공유 속에 판단할 문제”라며 “가치와 노선이 일치할 경우 똑같은 사람이 나가서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지금은 그런 판단을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범주류 4자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이용섭 의원도 독자 출마로 방침을 굳혔다. 이용섭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성적이 괜찮게 나온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3월 31일 민주당 대의원·당원 1000명과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가 대표적이다.
특히 대의원·당원 조사에서는 민주당 대표로 김한길 의원이 34.0%를 얻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5일 불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의원이 15.4%로 2위였고, 이용섭 의원은 14.0%로 3위에 랭크됐다. 대의원 50%, 권리당원(당비 납부 당원) 30% 등 대의원과 당원 비중이 높은 이번 전대에서 이용섭 의원으로서는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다만 같은 김근태 전 의원계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인 신계륜·이목희 의원은 4일 회동을 통해 신 의원이 대표 경선에 나서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 대표에는 김한길, 신계륜, 강기정, 이용섭 의원 4인이 도전하게 된다. 당 안팎에서 ‘김한길 대세론’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선거지형 속에서 결국 컷오프 이후 신 의원과 강 의원 이용섭 의원 가운데 생존자 2명이 다시 단일화를 이뤄내느냐가 유일한 변수로 남은 셈이다.
그러나 컷오프 과정에서 김한길 대세론이 강고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즉 연대해도 김 의원을 누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된다면 후반부 단일화도 무산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민주당 당권 경쟁은 싱거운 게임으로 끝날 수 있다.
게다가 최고위원 경선은 아예 ‘2부 리그’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의원 127명이 소속된 제1야당의 지도부를 뽑는 선거인데도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이번 전대부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강기정 의원, 신계륜 의원, 이용섭 의원.
그러나 이번에는 분리 선출에 따라 최고위원의 권한이 사실상 약화되면서 최고위원 선거가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이른바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최고위원에 도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집단지도체제 규정 하에 치러진 2010년 전대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위를 차지해 당 대표로 뽑히고 정동영·정세균·천정배 전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등 당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줄줄이 지도부에 들어갔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현재까지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인사는 6명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한 황주홍(전남 장흥·강진·영암) 의원은 비주류 ‘쇄신모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고 3선 군수 출신이긴 하지만 여의도에서는 신인이라 할 수 있는 초선의원이다. 30대도 두 명이나 출사표를 던졌다. 1일에는 31세의 장경태 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 출마선언을 했다. 비례대표 초선 장하나 의원도 4일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1977년생인 그에게 금배지를 달아준 청년 비례대표는 민주당 내에서도 숱한 비판론이 제기됐던 제도다.
그나마 3선급에서 2명이 나와 겨우 체면치레는 했다.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은 2일 최고위원 도전을 공식화했다.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3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입지전적인 경력이지만, 워낙 튀는 스타일이란 평가가 많다. 그 외에는 충남 천안갑이 지역구인 양승조 의원도 5일 출마선언을 했다. 전북 전주에서 4선을 하고 경남 의령·함안·합천에 도전했다 야권 후보단일화에 고배를 마셨던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출신 장영달 전 의원이 가장 중진급이어서,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008년 7월 전대도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선거였지만, 당시에는 정세균 의원이 대표가 되면서 최고위원에도 송영길 현 인천시장, 김민석 전 의원, 안희정 현 충남지사 등이 입성하며 세대교체의 희망이라도 줬다”며 “이번에는 그냥 2부 리그처럼 됐는데, 신진을 키우지 못한 당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신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