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문학구장. 전날 SK와 개막 혈전을 치른 LG 선수들의 표정엔 피곤함이 역력했다. 하지만, 전날 자신들이 상대한 SK 선발 조조 레이예스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도 그럴 게 LG는 레이예스에 6회까지 노히트 노런으로 끌려가다가 7회 가까스로 첫 안타를 뽑아내 체면을 살렸다.
LG 베테랑 외야수 박용택은 레이예스를 “최근 맞대결한 외국인 투수 가운데 최고였다”고 치켜세운 뒤 “시속 150km 이상 되는 강속구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정직하게 들어오는 공이 없었다”고 칭찬했다.
개인 통산 타율 3할2리에 빛나는 LG 좌타자 이진영도 레이예스를 극찬하기 바빴다. 한 술 더 떠 이진영은 레이예스를 류현진에 비유했다.
“컷패스트볼도 일품이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수준급이다. 특히나 같은 투구폼에서 속구와 변화구를 던지는 까닭에 구종을 예상하기 상당히 힘들다. 류현진이 (미국으로) 가니까 (미국에서) 또 다른 류현진이 온 느낌이다.”
정작 LG 선수들이 놀란 건 다음이었다. 한 선수가 “레이예스의 올 시즌 몸값이 30만 달러”라고 하자 다들 “그렇게 적어?”하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모 투수가 한 말이 바로 “쟤 몸값이 30만 달러라고? 그럼 난 생활보호대상자?”였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는 소리였다.
# 레이예스 몸값 얼마일까
그렇다면 레이예스의 몸값은 과연 얼마일까. 모 구단 운영팀장은 “100만 달러 이상이 확실하다”고 귀띔했다.
“우리도 레이예스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에이전트로부터 ‘몸값이 100만 달러가 넘는다’는 소릴 듣고 바로 물러났다. 그런데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SK가 레이예스를 영입했다. 가뜩이나 당시 SK는 외국인 선수 한 명이 갑작스럽게 퇴단하며 빨리 다시 한 명을 충원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레이예스의 에이전트가 SK의 급한 사정을 이용해 우리에게 제시한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불렀을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소문에 떠도는 레이예스 몸값 120만 달러설도 틀린 말은 아니다.”
레이예스뿐만 아니라 팀 동료 크리스 세든의 몸값도 80만 달러 이상이라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모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외국인 투수들은 전해 자신이 미국에서 받던 연봉의 최소 2배 이상을 보장해줘야 한국에 온다”며 “그렇다면 지난해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연봉 41만 달러를 받던 세든은 SK로부터 80만 달러 이상을 보장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다나 이브랜드의 몸값도 한국야구위원회(KBO) 외국인 투수 첫 해 규정액 30만 달러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 이상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는 “지난해 이브랜드를 잡으려고 우리 측에서 60만 달러를 제시했다. 다른 구단은 이보다 10만 달러 정도 높게 제시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브랜드는 ‘조만간 아내가 출산한다. 좀 더 고민 후 한국행을 결정하겠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미국에서도 환경이 열악하기로 소문난 한화가 아쉬울 게 없는 이브랜드를 데려갔다면 최소 60만 달러 이상은 썼다는 소리”라며 “신생구단 NC 역시 외국인 투수 몸값이 한 명당 5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투자가 아깝지 않은 이유
올 시즌 새로 투입된 외국인 투수의 몸값이 KBO 규정액보다 2~4배 이상 많다면 기존 외국인 투수들의 몸값도 비슷한 수준이다.
LG 선발투수 레다메스 리즈는 2011년 한국 무대를 밟을 때 “200만 달러의 사나이”란 소릴 들었다.
당시 야구계엔 “LG가 리즈의 원소속팀에 지급한 이적료와 리즈의 순수 몸값을 합해 200만 달러 이상을 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물론 LG 관계자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라며 부인했지만, 리즈의 몸값이 100만 달러에 육박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소문나면 큰일”이라는 말로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계약 특성상 전해보다 몸값이 오르면 올랐지, 깎일 리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리즈의 올 시즌 연봉은 2011년보다 인상됐을 확률이 높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 스포츠 에이전트는 “과거 같으면 한국보다 일본을 선호했을 외국인 투수들이 이젠 한국으로 먼저 가길 바란다”며 “일본 구단보다 한국 구단이 부르는 몸값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구단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던 대스타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국인 선수에게 최저연봉 30만 달러를 제시한다. 그러다 데뷔 시즌 좋은 성적을 내면 다음해 높은 몸값을 제시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 처음부터 기본 60만 달러 이상, 많게는 100만 달러를 제시하기에 외국인 선수들은 ‘일단 한국부터 가고,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서 일본으로 떠나자’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한국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봉’이 된 것일까.
지방구단의 한 단장은 “프로야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포스트 시즌 진출 팀들을 보라. SK를 제외한 삼성, 롯데, 두산은 죄다 10승 이상을 올린 외국인 에이스를 보유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10승대 외국인 투수 영입은 필수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는 연봉이 비공개이므로, 선수들간 위화감을 조성하지도 않는다. 팀 성적이 좋아야 사장, 단장, 감독 자리가 보전되기에 내국인 선수 연봉은 짜게 책정해도 외국인 선수 몸값은 ‘달라는 대로 주는 게’ 현실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