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출마 희망자들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청와대가 유력후보 중 한 명인 최경환 의원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요신문 DB
최근 만난 새누리당 소속의 한 국회 상임위원장은 5월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 이야기가 나오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펼쳐놓고 한명 한명의 성향을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파악해보더니 “친박근혜계가 110명이 넘네.” 이랬다. 최경환 의원이 대선 정국에서 ‘잘못된 보좌’의 책임을 지고 후보 비서실장을 반납했고, 새 정부 출범 직전 회자한 정부 및 청와대 각 요직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최 의원이 ‘친박 중의 상친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박심(박근혜 대통령 심중)’에 가장 가까우니 최 의원을 추대(?)할 것이란 논리를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최경환 의원이 박 대통령의 ‘윙크’를 받지 않고 움직일 리 없다고 본다. 경쟁자들이 원내대표 경선 분위기를 한껏 고양한 뒤 사퇴하거나, 혹은 양보하고, 아니면 후보 단일화에 단일화를 이어가다 추대하는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관측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최 의원이 나섰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최 의원의) 물밑작업은 이미 끝난 상태라고 본다. 친박계 일색으로, 당의 절반 이상인 초선 의원들의 마음을 훔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감춰진 친박’이 기용됐다면, 국회선진화법 통과로 여야의 협조 없이는 어떤 일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는 박 대통령으로선 여당 원내 수장으로는 ‘드러난, 검증된 친박’을 선호할 것이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각종 인사에서 죄는 청와대가 저지르고, 벌은 직언을 못했다는 이유로 여당이 받은 탓에 앞으로 이런 벌과 죗값을 달게 받을 인물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표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원내대표 최경환’에 대해선 기대보다 우려가 큰 분위기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최경환 패러다임’이 일단 그리 설득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 첫 번째로 꼽히는 이유가 최 의원이 리더십을 발휘했거나, 당직을 맡은 경험이 적다는 데 있다.
최 의원은 17대 국회에 첫 입문해 당 정책위원회 제4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다가 2005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된다. 초선이어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순 없었다. 하지만 재선이던 18대 국회에서도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을 맡았던 것 말고는 별다른 당직 경험이 없다. 오히려 17대 대선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박근혜 후보 종합상황실장, 18대 대선 새누리당 경선 박근혜 후보 총괄본부장에 이어 박 후보 비서실장을 맡아 ‘원조 친박’의 역할이 더 컸다.
연합뉴스.
원내대표는 당 정책위의장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워 함께 출전한다. 박 대통령이 ‘대통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것에 응답한다는 차원에서 최 의원은 통합과 탈계파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권 출신 의원을 정책위의장 카드로 내밀 가능성이 크다. 여러 정치권 인사들은 최 의원의 동반자로서 최선의 카드는 유일호 의원(서울 송파을)으로 보고 있다. 경제전문가이면서 학자 이미지가 있고,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비서실장으로서 과오가 없었다.
이 외에도 재선급에서는 김광림, 김재원, 조해진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같은 영남권이어서 대통합과는 거리가 있다. 탈계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는 수도권의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진영 복지부 장관이 빠지면서 공석인 정책위의장 자리를 나성린 의원이 대행하면서 그의 이름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공식 출마 선언은 아니지만 최 의원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힘 있게 정부를 뒷받침하고,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견제도 하는 필요성 때문에 당내 여러 사람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권유 이유는 “정권 초기에는 정부가 친정체제를 구축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신이 적임자”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여당 입장에서는 일이 되도록 하는 생산적 쓴소리, 비판이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대통령과 꾸준히 쌓아온 신뢰관계가 중요하다”는 최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많지 않다. 그간 자신이 원조 친박으로서 생산적 쓴소리나 비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옆에서 박 대통령은 “잘못된 보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다. 옳은 소리나 쓴소리, 직언이나 충언에 대해서는 최 의원보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이 더 먼저 떠오른다.
최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 공천 정국에서 ‘최재오’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공천에 대해 원거리 간섭을 이어갔다는 의혹이 있었다. ‘최재오’는 18대 한나라당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당시 이재오 의원에 빗댄 것이다. 최 의원은 당시 지역구인 경북 경산과 청도에 머물고 있었지만 “공천 받으려면 최 의원에게 가라”는 이야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을 깔끔하기 처리하지 못하고 뒷말을 남긴다는 이미지를 남겼다.
다만 그의 유연함은 여러 인사가 인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가깝지만 이명박 정부에선 지식경제부 장관에 기용됐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왔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선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차출된 적도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톤을 높이지 않고, 부하 직원의 사소한 불평불만도 끝까지 들어주는 성격의 소유자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캠프 인사들은 최 의원에 대한 평가로 “착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