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에서 새롭게 선보인 세계 요리스낵 파스타스 브리또스 타코스.
롯데제과는 이미 1956년부터 ‘해태 풍선껌’을 만들어 팔던 해태제과에 이은 껌 시장 후발 주자였으나 ‘대형 껌’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껌 시장 선두자리를 꿰찼다. 1972년 출시돼 해태제과를 제친 일등공신들이었던 ‘쥬시후레시’, ‘후레시민트’, ‘스피아민트’의 ‘롯데껌 3총사’는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 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 껌~’이라는 CM(Commercial Music)송의 대히트에 힘입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초창기 롯데제과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
이처럼 껌으로 시작한 롯데제과가 국내 제과업체 1위를 넘어 오는 2018년 아시아 1등 제과업체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롯데제과가 해외 영업 강화와 함께 올해 새롭게 꺼내 든 카드는 스낵부문 강화다. 롯데제과는 40% 안팎의 점유율로 부동의 국내 제과 업체 1위는 물론 껌, 빙과, 초콜릿 및 비스킷 등 대부분의 하위 카테고리에서도 1등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스낵부문만 격(?)에 맞지 않게 3등이다. 이렇게 된 데는 롯데와 농심의 특수한 관계가 존재한다. 스낵부문 1위인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둘째 동생인 까닭에서다.
사이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농심은 ‘범 롯데가’로 묶이며 롯데의 형제 기업으로 통한다. 그동안 이런 관계에서 비롯된 양사의 암묵적 신사협정이 유지돼 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는 스낵을 안 만들고, 농심은 비스킷을 안 만든다’는 느슨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 롯데제과의 자체 스낵으로 유명한 제품이라면 ‘꼬깔콘’ 정도가 꼽힐 뿐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초창기부터 양사는 이와 관련 암묵적인 배려가 있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에는 무뎌진 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롯데마트가 PB(자체브랜드) 라면을 만들고,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와 농심이 공히 백두산 생수 제품을 내놓고 경쟁을 펼치면서 양사 간 합의는 균열이 생겼다.
이유야 어찌됐든 제과업계 1위 롯데제과가 올해 스낵부문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농심을 배려해 적극적으로 스낵 사업을 전개하지 않았다는 롯데제과가 농심에 대한 ‘더 이상의 배려는 없다’는 쪽으로 입장 변화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의 대표 스낵 새우깡. 단일 품목 최고 매출 제품이다.
국내 스낵시장에서는 단일 품목 최고 매출 제품인 ‘새우깡’을 보유한 농심이 31%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오리온이 28%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롯데제과는 이들에 이어 16%의 점유율로 3위다. 스낵류를 제외한 타 제과부문 모두에서 1위 타이틀을 갖고 있는 롯데제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등수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가 활동이 증가하고 불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즐길 수 있는 스낵류의 성장세가 제과류 중에서 가장 가팔라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스낵 사업은 제과업체들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3월 27일 이탈리아 대표 요리 파스타를 스낵으로 만든 ‘파스타스’를 출시하며 세계 요리스낵 라인업을 강화했다. 앞서 지난 2011년 멕시코 요리 스낵 ‘타코스’ 2종을 출시한 바 있는 롯데제과는 지난 2월 말에도 멕시코 요리 브리또 맛 스낵 ‘브리또스’를 출시했다. 올해만 스낵 신제품 2개를 선보인 것이다. 롯데제과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국내 스낵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차원에서 롯데제과가 감자칩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연간 1500억 원 규모의 시장인 국내 감자칩 시장은 ‘포카칩’, ‘스윙칩’ 등을 앞세운 오리온이 60%를, ‘포테토칩’과 ‘수미칩’의 농심이 30%를 차지하며 양분하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제과는 지난 1993년 강원도 평창에 ‘원료개발사무실’을 개설해 씨감자의 종자를 채취하고 인공씨감자 등의 연구개발을 진행한 적이 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감자칩 제품 ‘포칸’과 ‘칩스웰’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좋지 않자 곧 이 사업을 접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롯데제과가 과거 운영했던 원료감자기술연구소의 재운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자칩 사업 재검토를 의미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롯데제과 측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서 즉답을 피했지만 “최근 출시한 세계 요리스낵 외에도 올해 추가적으로 2~3종의 스낵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