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에 군사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 예금에 대한 안전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남북 간 충돌이 격화돼서 국지적인 전쟁이 발생할 경우에 고객들의 예금 정보는 큰 문제없이 보존된다.
전쟁이 발발하면 범국가적인 비상계획인 ‘충무계획’에 따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전시에 맞춘 대책에 들어간다. 특히 은행들은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 천재지변 등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상세한 비상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충무계획이 발동되면 은행들은 일정 범위 내에서 예금을 지급하고, 전시 물자를 지원한다.
은행들은 전쟁 등에 대비해 이미 고객 정보와 예금 정보 등 주요 정보들을 서울 시내에 위치한 메인 전산센터뿐 아니라 경기도 내 백업센터, 제3의 지역에 또 다른 백업센터를 두고 관리하고 있다. 만약에 본점이 전쟁 피해를 입더라고 백업센터를 가동해 고객들의 예금정보를 보호하게 된다.
또한 재해복구센터를 마련해 업무 중단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종합전산망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일선 영업점이나 ATM 등을 이용한 금융거래는 가능하다. 다만 전쟁이 발발하면 인터넷이나 무선전화는 마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뱅킹은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보다 상황이 악화돼서 은행 전산망이 파괴더라도 은행 거래는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전산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각 은행에서 수기로 금융거래를 진행하도록 지침을 정해놓은 덕분이다. 우선 수기로 금융거래를 한 뒤 기존 전산데이터와 대조조사 등을 거쳐 입출금 잔액을 맞추기 때문에 시민들의 금융자산에는 피해가 생기지 않는다. 또 은행들은 외환 거래, 대출 승인 등 주요 업무를 맡고 있는 본점이 피해를 입을 경우에 대비해 서울 외곽에 대체사업장도 마련해놓고 있다.
이곳에는 콜센터와 IT센터 등을 갖추고 있어 본점과 같은 영업활동이 가능하며 본점 전화번호도 사용할 수 있다. 은행들은 각자 ‘업무연속성계획’에 따라 이러한 대체사업장 운용, 인력관리 등을 무리 없이 추진하도록 모의훈련을 해왔다. 다만 일정 범위 내에서 예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시민들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현금을 찾을 수는 없다. 전시에는 충무계획에 따라 한국은행이 은행의 지급결제를 통제하는 탓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남북 간 분쟁이 국지전에 머물 때의 이야기다. 전면전 수준의 전쟁이 벌어질 경우에는 고객들의 예금 정보가 완벽하게 보호되기는 어렵다. 전면전의 경우 국내에 있는 모든 백업센터가 안전하지 않기에 예금 정보가 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국내 은행들은 해외에 백업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비용부담이 너무 커서 설치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 불안하다면 통장에 거래내역을 남겨놓거나 가장 최근 거래내역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프린트해서 가지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잔액 내용보다는 그동안 거래내역을 뽑아서 가지고 있으면 거래 정보가 사라지더라도 예금에 대한 입증을 하기가 쉽다. 또 거래 정보가 일부 백업될 경우 기존 자료와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빙성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면서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 거래내역을 한 장 뽑아서 가지고 있는 것도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전쟁으로 금융기관 자체가 사라져버렸을 경우에는 예금보험공사에서 고객들에게 원리금을 포함해 최대 5000만 원까지 예금을 지급한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