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시즌 초반부터 5할이 넘는 출루율을 바탕으로 높은 득점력을 선보이며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11일 세인트루이스전까지 추신수는 9경기에 출전해 .371의 타율과 3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10득점, 5개의 몸에 맞는 볼은 내셔널리그 단독 선두이며, 출루율 .511이라는 숫자는 신시내티가 추신수를 영입한 이유를 대변해주고 있다.
추신수의 성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그레이트아메리칸 볼파크 효과는 벌써부터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LA 에인절스의 조 블랜튼에게 뽑아낸 시즌 첫 홈런은 클리블랜드의 홈구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는 5.8m의 좌측 담장에 맞고 나왔을 타구였다. 추신수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홈구장 효과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는데, 이는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통산 첫 번째 경험이었다. 그레이트아메리칸 볼파크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10년간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장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온 경기장이다.
추신수의 성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단연 득점 부문이다. 5할이 넘는 추신수의 출루율이 첫 번째 밑바탕이겠지만, 신시내티 타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시내티 타선의 첫 8경기 평균득점은 6.5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를 질주 중이다. 개막전부터 4번 타자 라이언 루드윅이 어깨 부상을 당하며 타선의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으나 불과 풀타임 2년차에 불과한 6번 타자 토드 프레지어는 루드윅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며 타선을 이끌고 있다. 아직까지 올 시즌 가장 유력한 MVP 후보로 지목된 조이 보토가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신수와 신시내티의 득점력은 더욱 배가될 여지도 남아있다.
추신수를 격려하는 베이커 감독.
추신수의 수비는 개막전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연장 12회 초 추신수는 피터 보저스의 타구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며 2루타성 코스를 3루타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추신수의 수비가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을뿐더러, 팀이 1사 3루의 위기를 넘기며 비난의 칼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추신수는 홈 개막 6연전의 나머지 경기를 큰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중견수 수비에서도 문제가 없음을 드러내는 듯했다. 지난 6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3연전 첫 경기 이후 현지 기자들은, 베이커 감독에게 당일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를 선보인 브랜든 필립스의 수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베이커 감독은 “필립스는 정말 대단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당신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바로 추신수의 수비다. 추신수는 중견수로서 당신들의 우려를 일축하는 안정된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는 말로 추신수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추신수는 이후 9일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두 차례의 포구 실책을 범했다. 추신수가 한 경기에서 두 개의 실책을 범한 것은 통산 두 번째이자 2011년 5월 이후 처음이었다. 추신수가 두 개의 실책을 범하자 세인트루이스 팬들은 추신수 쪽으로 타구가 뜨면 조소어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온 세 차례의 어설픈 수비 모두는 외야수들이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머리 위를 넘어가는 타구들이었다. 추신수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그와 같은 타구를 집중 연습한 바 있지만, 실전에서는 아직 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새로운 구장에 대한 적응이 이뤄지면 보다 나은 수비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베이커 감독과 자케티 단장은 실책을 연발한 그를 감싸 안으며 여전한 신뢰를 보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추신수가 홈에서 세이프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신시내티에서 만난 추신수는 FA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추신수는 “물론 FA계약이 잘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받는 부담감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일주일 동안의 신시내티 취재기간 동안 추신수는 ‘흘러가는 일을 억지로 거스르지 않겠다’는 식의 언급을 자주했다. 추신수는 시즌 개막 다섯 경기 만에 네 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특히 워싱턴 전 로스 뎃와일러로부터 기록한 몸에 맞는 볼은, 추신수에게 트라우마가 남아있을 법한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이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몸에 맞는 공으로 부상을 당한다면, 그것도 나의 운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제는 더 이상 몸 쪽 공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FA 신분에 대해서도 “행여 올시즌 최악의 성적을 낸다고 해도 ‘지금까지 벌어 놓은 돈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FA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추신수가 스프링캠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해온 말은 ‘하던 대로 하겠다’였다. 새로운 팀과 리그, 아직은 낯선 포지션에서 FA를 앞둔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됐지만, 그동안 본인이 해오던 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추신수는 두 개의 실책을 기록한 뒤 바로 다음날 경기에서 완벽한 홈 송구로 시즌 첫 보살을 기록하며 전날 실책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쩌면 추신수의 초반 질주는 ‘무심(無心)’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