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의 유령과 섹스를 했다고 주장한 1970년대 TV 스타 페기 립튼.
제임스 딘을 ‘경험’했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들 중 가장 흥미로운 건 주디스 콜린스라는 여성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평범한 가게 점원이었던 그녀는 R. 드위트 밀러라는 SF 작가가 쓴 책을 읽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밀러의 기괴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세컨드 바디’(second body) 이론. 인간에겐 ‘두 번째 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물리적인 육체는 사라지지만 그는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며, ‘세컨드 바디’는 계속 살아서 이어지며 자신의 두 번째 몸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주디스 콜린스는 자신의 몸이 제임스 딘의 세컨드 바디라고 주장했으며 제임스 딘에 대한 생생한 꿈을 꾸었고, 자신의 팔을 통해 제임스 딘이 어떤 메시지를 남기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딘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1956년에 아예 어떤 잡지에 <제임스 딘이 돌아왔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기까지 했다. 제임스 딘이 자신을 통해 글로 써서 남겼다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주디스, 당신의 손을 통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이야기하게 되었네요. 그날의 충돌 사고는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나는 그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았거든요. 난 내가 거기 누워 있는 걸 보았어요. 우린 그걸 죽음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그건 ‘죽음’이 아니에요. 사고 현장에 누워 있던 나는 단지 껍데기일 뿐이니까요. 그 안에 살고 있던 ‘진짜 나’는 아직도 살아 있어요.”
한편 사고 당시엔 446번 도로였지만 지금은 46번 도로로 이름이 바뀐 그곳은 유령 히치하이커의 출몰 지역으로 한때 유명했다. 캠핑카를 타고 가던 한 가족은 차를 태워달라는 누군가를 발견했는데,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옷은 피로 물든 그 남자는 제임스 딘이었다는 것. 어떤 경우는 마치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교통사고를 당한 듯한 히치하이커를 태우고 달리던 트럭 운전사는 그를 주유소에 내려줬는데 머리를 얼마나 다친 거냐고 묻자 갑자기 히치하이커의 몸에서 머리가 떨어져 나와 땅 위를 굴렀다고 한다. 너무 극단적인 사례라고? 하지만 이 도로에서 누군가 히치하이킹을 해서 차를 세우면 히치하이커가 사라졌다거나, 자신의 차를 고속으로 추월하던 은색 스포츠카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식의 경험을 한 사람들과 그들의 증언은 수십, 수백 건에 달했다.
딘과 친분을 나눴던 모델 마일라 누르미.
그녀가 딘과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오컬트’(occult)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누르미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주의적이며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컫는 오컬트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와 이야기하던 중 딘도 흥미를 느끼게 된 것. 하지만 제임스 딘은 어느 인터뷰에서 “누르미가 오컬트에 대해 많이 아는 척하지만 그저 관심이 있을 뿐 그다지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농담처럼 그녀를 폄하하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제임스 딘의 팬들은 마일라 누르미가 사실은 마녀인데,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에 분노해 저주를 걸었고 그 결과 딘이 죽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간에, 마일라 누르미가 제임스 딘의 죽음으로 나름 쏠쏠한 ‘유명세 장사’를 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뱀피라 분장을 하고 어느 무덤가에서 제임스 딘의 유령을 초청한다는 사진을 찍기도 했고, 그녀의 집엔 눈과 귀에 단검을 꽂은 제임스 딘의 사진이 걸려 있기도 했다. 전화선을 잘라 놓아도 제임스 딘의 유령이 자꾸 전화를 걸어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딘이 세상을 떠난 후 몇 개월 동안 그의 유령이 자신을 찾아왔는데, 그럴 때마다 재떨이에 갑자기 불꽃과 함께 불이 일어났다고도 했다. 제임스 딘이 죽기 15분 전엔 자신의 집안으로 어떤 빛이 들어와 맴돌았다고. 그녀는 그것이 제임스 딘을 저 세상으로 데려갈 가이드 같은 존재였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죽은 지 60년이 다 되어가는 제임스 딘. 아직도 그의 죽음은 의혹의 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듯하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