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홈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 관중석에 빈자리가 보인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구단 관계자에게 “올 시즌 흥행 성적이 어떻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돌아온 말은 “장사가 안 돼 죽겠습니다”였다. 물론 그 관계자의 말투엔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 여기다 롯데는 홈구장인 사직구장에 관중이 넘쳐나도 “매진이 되려면 멀었다”며 죽는 소릴 하는 구단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그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라며 “예상보다 손님이 적게 들어와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한 야구해설가는 “롯데의 홈 관중 저하는 외부요인보단 스타부재, 천정부지로 치솟는 티켓값, 구태의연한 구단 운영에 팬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올 시즌 저조한 흥행 실적이 비단 롯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정작 그가 제시한 프로야구 흥행 저조의 핵심 배경은 미국 메이저리그였다.
“어제(4월 14일) 오전 볼일이 있어 이곳저곳을 다녔다. 신기하게도 가는 곳마다 TV로 야구를 보고 있었다. 자세히 봤더니 채널이 죄다 메이저리그 류현진 중계에 맞춰져 있었다. 속으로 ‘류현진이 인기가 높긴 높나 보다’했다. 아, 그런데 다음날 류현진이 등판하지 않는 데에도 여기저기서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는 게 아닌가.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것 같다.”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프로야구 관중 감소뿐만 아니라 시청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MBC SPORTS+ 관계자는 “류현진 경기의 지상파 MBC 평균시청률이 10%에 육박한다”며 “지상파 MBC와 동시 중계하는 MBC SPORTS+ 시청률까지 더한다면 12%를 넘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류현진, 추신수가 등장하지 않는 메이저리그 경기 시청률도 평균 2%대에 이른다는 점이다. MBC SPORTS+ 관계자는 “새벽과 낮 시간대 시청률에서 메이저리그 중계는 다른 스포츠를 압도한다”며 “케이블채널 시청률 2%는 지상파로 따진다면 20%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의 인기 탓일까. 상대적으로 프로야구 시청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케이블스포츠채널의 한 PD는 “지난해까지 평균 1.5% 이상이 보장된 롯데의 시청률이 올해는 1%를 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4월 12일 잠실 두산-롯데전에서 두 팀이 연장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치고도 시청률은 0.6%에 불과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메이저리그의 인기 돌풍으로 프로야구 인기가 시들해지자 한국야구위원회(KBO)엔 비상이 걸렸다. KBO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중계는 낮에 하고, 프로야구는 밤에 하니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안이한 예상을 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급속도로 프로야구 인기가 식으면서 KBO 내부에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방송가에선 올해로 프로야구 중계권이 끝나는 만큼 KBO가 이를 이용해 강수를 둘 것으로 예상한다. 한 PD는 “KBO가 내년부터 메이저리그 중계를 하는 방송사엔 프로야구 중계권을 주지 않으려는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BO는 이와 관련해 “아직 검토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