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전병헌 의원, 우윤근 의원, 김동철 의원. 일요신문 DB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민주통합당 5·4 전당대회.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왠지 분위기가 썰렁하다. 비주류 진영에서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피력해온 김한길 의원의 대세론이 너무나 쉽게 굳어지면서 날선 경쟁 구도 자체가 어려워진 까닭에서다.
지난 4월 28일 예정돼 있던 범주류 진영 강기정, 이용섭 의원의 당대표 후보 단일화 협상 역시 당 선관위가 태클을 걸면서 유야무야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당 내부에서는 당 위기 수습과 혁신의 변곡점으로 점쳐졌던 5·4 전당대회가 흥행은커녕 그 흔한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도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연스레 초점은 전당대회 직후 5월 16일경으로 예정된 당 원내대표 선출로 옮겨지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편인 여권 새누리당에서도 비슷한 시기 원내대표 선출이 예정돼 있는 터라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 특히 여권에서는 친박 핵심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 자체가 격상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강력한 당대표는 물론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며 “특히 여권에서는 거물 최경환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기 때문에 야권에서도 원내 교섭에서 이에 밀리지 않을 만큼 강력한 인물이 필수”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당 3역(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원내대표직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무척 매력적인 자리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대표만큼의 대표성과 상징성과는 비견되지 못하더라도 원내 실질적인 권한은 당대표 못지않다”며 “실권에 비해 ‘책임소재’ 면에서는 당대표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자리”라고 치켜세웠다. 원내대표는 당 의원총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국회 내 상임위 구성권을 갖고 있다. 또한 국정감사 기간과 같은 중요 시기에는 오히려 당대표보다 더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기도 하다.
<일요신문>이 직접 확인한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 확정 의원은 현재 총 세 명이다.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범주류 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 3선) 측은 “5·4 전당대회 이후 조만간 출마선언을 하고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범주류 측 주자인 우윤근 의원(전남 광양·구례, 3선) 측 역시 “최근 출마에 마음을 굳힌 상태다. 지켜봐 달라”며 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비주류 진영 핵심으로 한동안 출마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던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 3선) 측도 <일요신문>에 처음 출마 확정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 측은 “현재 출마에 마음을 굳히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알렸다. 범주류 진영의 전병헌, 우윤근 2파전에 비주류 진영의 김동철 의원이 다크호스로 떠오른 형국이다. 김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다가 컷오프 탈락한 경험이 있다.
한동안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박기춘 현 원내대표와 추미애, 설훈 의원 등은 외부의 출마설에 대해 부인했다.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묵묵한 구원투수 역할로 호평을 받으며 유임론이 대두됐던 박기춘 원내대표는 일단 차기 지도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선에서 유임 고사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다.
기자와 만난 추미애 의원 보좌관 역시 “4선이라는 높은 선수와 경륜 탓에 외부에서 추 의원을 후보군으로 분류하긴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의사를 피력한 적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현재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3선의 설훈 의원 보좌관 역시 “외부에서 원내대표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당권보다는 앞으로 지역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출마설에 대해 고개를 내저었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원내대표 후보를 돕고 있는 한 전략가는 “핵심은 결국 세 가지다. 개혁과 쇄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할 수 있는 분명한 메시지, 후보 본인의 성향, 그리고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의원 간 비공개 교섭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원내대표 선출은 의원총회 투표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표심을 잡기 위한 비공개 교섭 영역이 크게 좌우 한다”며 “이러한 비공개 교섭 영역에서 부원내대표 내정과 관련한 협상도 함께 진행된다. 이미 후보군 사이에서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표심 잡기를 시작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