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당시 대한항공으로부터 임차해 운항하던 대통령 전용기. 보잉 747-400 기종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의 방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모여 있는 춘추관에서는 최근 미묘한 신경전이 한동안 이어졌다. 대통령 전용기의 수용 인원에 비해 너무 많은 기자들이 수행 취재 신청을 한 게 원인이었다. 방미단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많이 잡아야 150명 안팎. 이 중 청와대 참모를 비롯한 수행원들 자리를 빼고 기자들에게 배정되는 자리는 60석 안팎이다. 하지만 이번 방미 때 수행 취재를 신청한 기자 수는 약 1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체 등록기자(250명)의 절반을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자리는 정해져 있고 가겠다는 사람은 많으니 비상이 걸린 건 춘추관 행정실과 기자단이다. 얼핏 보면 ‘1사1기자 원칙’을 적용하면 그만인 것 같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일단 취재기자들과 촬영·사진기자들 간의 묘한 신경전이 있다. 특히 방송 촬영기자들의 경우 보조요원까지 합쳐 최소한 2인1조로 움직인다. 취재기자만 놓고 봐도 방송사들은 “각 사별로 2명씩은 가야 무리 없이 보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공식적으로 청와대 풀 기자단에 포함되지 않은 종합편성채널 기자들을 수행 취재단에 넣을지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아무리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간다고 하지만 청와대가 수행 취재단을 마음대로 꾸릴 수는 없는 일. 기자단 투표로 뽑힌 간사단도 각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수행 취재 문제를 마음대로 정리할 수는 없다. 수차례의 회의와 조율 끝에 청와대와 기자단은 ‘1사1기자 원칙’을 적용하되 공중파 방송 등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과 인터넷 언론사, 촬영·사진기자단 등은 정해진 규모에 맞춰 자체적으로 수행 취재단을 꾸리는 쪽으로 정리됐다.
방미 수행단을 둘러싼 논란은 진작부터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윤창중·김행 공동대변인 중 누가 수행할지를 놓고서다. 두 대변인 모두 방미 수행을 원하는 바람에 이남기 홍보수석이 둘 다 가는 쪽으로 결론지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윤·김 대변인에게 화살이 향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는 김 대변인이 ‘기자들 자리도 부족한 상황이라면 굳이 방미 수행단에 포함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행단 규모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일각에선 “새누리당 정부가 과거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부메랑을 맞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06년부터 제대로 된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추진했었는데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실제 2006년 당시 청와대가 약 1900억 원을 들여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추진하자 이재오 의원 등이 “그 예산이 있으면 5만 원 전기세를 못내 촛불을 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에 따뜻한 눈길을 돌려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당시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던 이정현 현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금 이 정부가 다음 정부의 대통령 전용기를 챙겨줄 만큼 한가하고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지 묻고 싶다”는 비판 논평을 냈다.
하지만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항공기를 임대, 전용기로 개조하는 것은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경호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대해 쓰는 현재의 대통령 전용기에는 ‘유도탄 접근 경보기(MAWS)’와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지향성 적외선 방해장비(DIRCM)’도 장착돼 있지 않아 테러나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당시에 비해 항공기의 대당 가격도 크게 올라 정부가 대통령 전용기를 도입하려면 40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의 방미를 둘러싼 잡음은 청와대 내부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미 백악관과의 조율 과정에서 계속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4월 8일에는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재미 프리랜서 언론인인 안치용 씨의 블로그에 날짜와 장소까지 구체적으로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안 씨가 글을 올렸을 당시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조차 그 정도로 구체적인 방미 일정을 통보받지 못한 상태였다. 청와대가 정확한 방미 일정을 발표한 것은 그보다 8일이 지난 뒤인 4월 16일 윤창중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였다. 그나마도 ‘몇 월 며칠에 어느 도시를 방문한다’는 수준의 발표였다.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은 경호상의 이유로 사전에 공개돼선 안 되며, 이 때문에 청와대는 언론의 취재 편의를 위해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더라도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한다. 청와대가 미처 엠바고를 요청하기도 전에 최고의 보안사항이 유출되는 소동이 발생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박 대통령의 방미 사실이 공개된 과정도 문제가 있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정상회담 개최 일정은 통상 해당국 간의 조율과 협의를 거쳐 같은 날, 동시에 발표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톰 도닐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3월 11일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5월 방미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버렸다.
도닐런 보좌관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미국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으며, 박 대통령의 5월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한 청와대는 3월 12일 윤창중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5월 상순 방미를 염두에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도닐런 보좌관의 외교상 결례로 인한 혼란이었지만, 박 대통령의 방미가 초장부터 구설수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박공헌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