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흥행 부진을 신생팀인 NC의 탓으로 돌리는 말이 나오고 있다. 두산과 NC의 인사 모습.
“동업자로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NC 탓이 크다고 봅니다.”
모 구단 마케팅 팀장은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 저조 원인을 묻는 말에 사견임을 전제로 ‘NC 탓이 크다’고 말했다. 그가 작심한 듯 NC를 흥행 저조의 원인으로 삼은 덴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신생구단 NC의 경기력이다.
“NC 기록을 보십시오. 팀 실책이 무려 24개입니다. KBO 공식기록원들이 막내 팀이라고 NC의 웬만한 실책은 안타로 표기하는데도 실책이 넥센(6개), 삼성(7개), KIA(11개) 세 팀을 합친 것과 똑같아요. 이렇게 실책이 많은데 관중이 NC 경기를 보러 오겠습니까. 당연히 외면하지. 덩달아 NC와 경기하는 팀도 피해를 보고 있어요.”
NC의 낮은 경기력은 수비뿐만이 아니다. 팀 타율도 2할3푼8리로 최하위, 팀 득점도 57개로 1위 KIA의 122점과 비교해 2배 이상 적다. 화끈한 타격전이 아니라면 마운드라도 굳건해야 할 텐데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NC의 팀 평균자책은 4.87로 한화 다음으로 좋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NC의 미약한 티켓파워다.
“NC가 신생구단이라, 티켓파워가 없다는 건 이미 예상한 문제예요. 하지만,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게 문젭니다. 올 시즌 NC와 상대한 팀들의 흥행성적을 보세요. 비참하다 못해 참혹합니다. 그렇다고 창원마산구장의 흥행 실적이 좋으냐? 그것도 아니에요.”
과연 사실일까. 4월 26일까지 NC가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NC전에 1만 명 이상 관중이 몰린 경기는 4월 2일 창원 롯데전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는 신흥 경남 라이벌 ‘롯데-NC’전이자 NC의 데뷔전이라 1만 4164명의 홈 관중이 입장했다. 하지만, 이 경기를 제외하고 NC전만 열리면 1만 명 이하의 관중이 몰렸다. 창원구장에서 NC 홈경기가 열려도 비슷했다.
NC의 마이너스 티켓파워가 여실히 드러나는 건 원정경기 때다. 4월 19,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넥센전엔 이틀 연속 1210명, 2359명이 입장해 시즌 최소 관중을 기록했다.
‘NC가 프로야구 전체 흥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세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연패다. 모 구단 마케팅 팀장은 “누가 날마다 지는 팀의 경기를 보러 오겠느냐”며 “경기 전 이미 승패가 예상되는 NC전은 4강 팀이 확정된 이후 진행하는 9월의 잔여경기만큼이나 팬들의 흥미 밖”이라고 주장했다.
NC는 개막 후 7연패를 달리다 4월 13, 14일 SK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순풍을 타는가 싶었다. 하지만, 16일 한화전부터 패배를 거듭하다 25일 KIA전까지 지면서 연승 뒤 1무 6패를 기록 중이다. 프로야구 흥행이 NC 탓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NC는 프로야구 흥행 저조가 자신들 책임이라는 야구계의 곱지 않은 시선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NC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처음부터 연전연승을 거두리라 기대한 사람이 누가 있었으냐”며 “신생구단의 저조한 성적은 이미 예견된 일 아니냐”고 항변했다.
덧붙여 “다른 팀보다 실책수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팀 타율은 SK보다 7리가 떨어지고, 팀 평균자책은 넥센보다 0.19가 아래일 뿐”이라며 “경기당 홈 평균관중도 KIA전을 제외하면 8000명 이상을 기록해 지방 비인기팀보다 오히려 많다”고 주장했다.
많은 야구전문가도 “프로야구 흥행 저조 책임을 NC에 묻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한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창원의 야구열기가 여느 도시 못지않게 뜨겁다는 걸 매순간 실감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과거 빙그레, 쌍방울이 신생구단으로 참여했을 때도 대전과 전주의 야구열기가 이렇게 높진 않았다”며 “조금만 NC 전력이 탄력을 받는다면 창원구장 평균관중이 1만 명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역대 신생구단 감독들의 소견 “첫해 성적 원래 그런 것” 빙그레 창단 사령탑인 배성서 전 감독은 “기존 구단들로부터 선수수급을 받지 못해 1군급 선수는 고사하고 2군급 선수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하도 선수가 없어 사회인야구에서 뛰던 사람들까지 스카우트해 억지로 빙그레 유니폼을 입혔다”며 “선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해 하루 종일 캐치볼 하는 법만 가르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창단 첫해 빙그레는 31승1무76패 승률 2할9푼으로 꼴찌에 그쳤다. 배 전 감독은 “해병대 교관을 채용해 특별 체력훈련을 받아 그 정도 성적을 냈지, 그런 노력도 없었다면 아마 20승도 거두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첫해 꼴찌가 선수단에 큰 자극이 됐다”고 밝혔다. 빙그레가 승률 2할대로 꼴찌에 머물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면 쌍방울은 반대였다. 1991년 1군 무대 데뷔전서부터 승승장구하더니 결국 52승3무71패 승률 4할2푼5리로 LG와 함께 공동 6위에 올랐다. 당시 리그 꼴찌는 OB(두산의 전신)였다. 쌍방울 창단 사령탑을 맡았던 김인식 전 감독은 “빙그레와 달리 쌍방울은 기존 구단으로부터 선수지원을 받았다”며 “신인 가운데도 국가대표 출신이 많아 그나마 선수단 운용이 빙그레보단 나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선수들의 경험부족은 어쩔 수가 없었다”며 “후반기 들어선 선수들이 힘이 달리는지 그라운드에서 ‘헉헉’대기 일쑤였다”고 털어놨다. 두 전 감독은 “올 시즌 NC는 성적에 목을 매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보단 젊은 선수들이 1군 경험을 충분히 쌓도록 배려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선수단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려면 구단도 첫해 성적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