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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하게 웃고 있는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왼쪽)와 최병렬 대표. | ||
홍 총무는 81년 정계에 입문한 뒤 경북 영주에서 민한당과 신한당 간판으로 내리 재선을 기록했던 잘 나가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으로 지역구를 옮겨 3선을 노렸지만 낙선하고 만다. 그 뒤 홍 총무는 할 일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6공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맡고 있던 최병렬 대표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홍 총무는 ‘별 일 없으면 아침이나 먹자’는 제의를 받고 프라자호텔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먹서먹하게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최 대표는 정치권을 화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갑자기 홍 총무에게 “재선까지 했던 사람이 왜 이렇게 일도 없이 지내고 있느냐. 일을 해야 할 것 아니냐”며 “마음이 있으면 문공부 장관을 좀 맡아달라”고 했단다.
홍 총무는 갑작스런 최 대표의 제의에 당황했지만 식사를 하면서 곰곰이 ‘자리’에 대해 저울질을 해봤다. 식사를 거의 마친 뒤 홍 총무는 완곡하게 문공부 장관직을 사양했다고 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야당인 신민당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는데 갑자기 집권여당의 정권홍보를 담당하는 문공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 홍 총무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던 것. 공교롭게도 그 뒤 최 대표는 홍 총무가 사양했던 문공부 장관을 맡아 노태우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홍 총무는 계속 야당에 남아 마침내 92년 5월에 서울 강남에서 3선 고지에 오르게 된다.
홍 총무는 최 대표와의 첫 만남에 대해 “그때 제의를 받고 백수였던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 뒤 야당 생활을 하면서도 나를 ‘낙점’한 적이 있는 노태우 대통령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었다”며 웃었다. 그 후 무소속으로 남아 있던 홍 총무가 2000년 1월 최 대표가 있는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두 사람이 비로소 같은 둥지를 틀게 된다.
한편 홍 총무는 최 대표 출범 초기 둘 사이의 관계가 잠시 삐걱거린 이유에 대해 최 대표의 ‘성격’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최 대표와 나 사이의 관계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 대표가 가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라 언론에 그렇게 비쳤을 수도 있다. 나와 사전에 의견조율만 제대로 되었더라도 그런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을 것인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 15년 전 프라자호텔에서 정무수석과 백수로 어색하게 첫 아침식사를 했던 두 사람. 이제는 거대야당의 대표와 총무로서 한솥밥을 먹으며 대여 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