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권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지시로 작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이 재차 점화될 전망이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사찰과 공작을 지시하는 국정원 작성 추정 문건이 이달 초 의원실에 우편을 통해 제보됐다”며 “어떤 경위에서 이 보고서가 작성됐는지를 설명하는 메모도 함께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이 공개한 메모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 관련 문건은 '원 전 국정원장이 당시 국익전략실장, 일명 B실장이라고 불리는 신 아무개 실장에게 특별 지시해 작성한 보고서'이며 '원 전 원장이 조직 차원에서 정치개입 행위를 지시했음을 명백히 밝혀주는 자료'라고 설명하고 있다.
진 의원은 “2011년 당시 국익전략실이라는 조직이 실재했고, 신 실장이 실제 국정원 고위 간부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 문건이 국정원이 작성한 문서가 확실하다는 전·현직 직원들 의견을 토대로 볼 때 실제 국정원 문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이 제보받은 문건에 따르면 '좌파 편들기 및 세 확산 지원', '과도한 복지정책 남발', '주민·주지지층 환심 사기 및 정치지향 행보 치중'등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박 시장의 시정 운영을 좌편향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문건에는 “(박 시장의) 명백한 불·편법 행태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되 여타 편파·독선적 시정 운영은 박 시장에 대한 불만 여론이 어느 정도 형성될 때까지 자료를 축적해, 적기에 터뜨려 제압하는 등 단계적·전략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대책도 제안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박 시장과 관련한 각종 루머와 관련해서는 “자질·도덕성 문제를 끝까지 추적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진 의원은 “이 문건에 대해 원 전 원장의 특별지시가 있었는지와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의 불법적 정치개입 사건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가 규명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