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경제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A 씨는 슬하에 1녀1남을 두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A 씨 딸의 매월 용돈은 단돈 1만 원이다. 너무 적다고 할지 모르나 학용품이나 통신비 등을 모두 부모가 부담하고 있으니 실질적으로 본인이 쓸 돈은 그리 많지가 않다. 딸이 꼭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부모와 상의를 해서 구입한다. A 씨의 딸은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그동안 모아온 용돈 일부에 부모가 보태준 돈으로 연예인 콘서트에 다녀왔다. 방학 때 특별히 여행도 다녀오지 못한 데다 앞으로 좀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가상해 부모가 배려를 한 것이었다. 그래도 딸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때까지 모은 금액은 3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A 씨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같은 방법으로 매월 5000원의 용돈을 주고 있는데 항상 모자란다고 조른다. A 씨는 그래도 용돈을 인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보통 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도 사주지 않고 있다. A 씨는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행동반경이 좀 넓어지니까 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A 씨는 용돈기입장을 써야만 용돈도 지급하고 있다. 용돈기입장이 없으면 그 다음 달의 용돈은 없다.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다보니 아이들이 비교적 용돈기입장을 잘 쓰고 있다. 또 대부분의 부모들처럼 A 씨의 자녀도 세뱃돈 등 어른들이 주는 특별한 용돈은 통장에 예금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현재까지 모은 금액이 그리 많지 않다. 이는 A 씨의 특별한 교육 방법 때문이다. 바로 아이들이 모아온 용돈 통장에서 급식비의 반액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절반은 부모가 그 통장에 넣어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 씨 아들은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모두들 ‘부모님 감사히 먹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식사를 시작하는데 저는 안 해요. 왜냐하면 제 돈으로 급식을 하니까요”라고 말해 가족들이 배꼽을 잡고 웃은 적도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고 A 씨는 이야기한다. 우선은 부모가 힘들게 버는 돈으로 아이들이 공부도 하고 밥도 먹는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자신이 내는 돈으로 하는 식사니까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를 갖게 하기 위해서란다. 사실 어른들도 남이 사줄 때와 자기 돈 내고 밥을 먹을 때 자세가 다르다. 하다못해 메뉴 하나 선택하는 것도, 식사의 양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A 씨의 아이들은 급식을 남기는 일이 절대로 없다.
아이들을 부자 만드는 방법은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돈의 가치와 쓰는 방법, 돈을 버는 올바른 자세를 어릴 때부터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물려주어도 ‘부자 삼대 가기가 쉽지 않다’는 옛말이 있는 것처럼 그것을 잘 지키고 불리는 올바른 방법을 모른다면 물려준 재산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많은 부자들을 보면 쉽게 알 수가 있다. 소위 재벌 2, 3세들이 기업을 물려받거나 재산을 물려받아서 더 키우고 온전히 지키는 경우보다 오히려 기업이 부도나고 재산이 줄어들거나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에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일부 그룹의 3세들의 행동을 보면 돈이면 다 된다는 헛된 생각에 사로잡혀 부자로서의 자격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든다.
A 씨의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B 씨처럼 자식을 부자로 만들기보다는 자식들의 자립의지를 없앤 경우도 있다. 부자라고 할 수 있는 B 씨는 자식들에게 “돈은 얼마든지 대줄 테니 하고 싶은 일은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가로젓는다고 한다. B 씨는 스스로가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식들 또한 그렇게 생각하게 되고 공부도 대학까지 마치는 등, 할 만큼 했으나 자립하지는 못하고 있다.
B 씨는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교육함으로 자식들이 본인들의 확고한 의지 없이 부모에게 기대고 의지하게 만들었다. 서른 살 가까이 된 사람들이 부모에게 의지해 삶의 색깔을 만들지 못하는 것을 보면 좀 안타까울 뿐이다.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인 C 씨는 자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부모다. 중학생인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중재도 하고 교실의 좌석이 불편하면 교사에게 찾아가 개선을 요구하는 그런 부모다. 그러나 자식에게는 자립의지를 심어주는 것만큼은 철저하다. 정해진 용돈 이외의 돈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컴퓨터도 스스로 부품을 사다가 조립하겠다고 하자 허락했을 정도다. 그 아이는 방학 동안 며칠을 혼자서 끙끙대더니 결국은 조립에 성공했다. C 씨는 아이에게 자기 절제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아이를 부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요즘 일각에서는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해서 경제지식 자격증제도를 시행한다거나 비싼 돈을 들여서 어린이들을 경제교육 과정에 보내고 있다. 언론들도 여기에 편승해서 여러 가지 어린이 경제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심지어는 어린이 경제신문이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비싼 돈 들여서 캠프를 보내도 부모가 도박을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다못해 집에서 가족들 간에도 도박은 해서 안 된다. 부모가 도박을 하면서 아이는 부자 되라고 경제 캠프에 보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엄마는 백화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비싼 물건을 펑펑 사면서 자식들에겐 돈을 절약해야 한다고 백날 이야기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부모가 아이들을 부자로 만들고 싶다면 본인들부터 생활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 앞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전등 하나 끄는 것부터 시장에서 장보는 태도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진정 아이들을 부자가 되게 해주는 산교육이다.
한치호 재테크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