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이지만, 주식처럼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권’이 증시의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해석위원회가 최근 영구채를 사실상 자본으로 인정하는 잠정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영구채의 정식 명칭은 ‘신종자본증권’으로, 채권처럼 매년 이자가 주어지지만 만기가 없어 주식처럼 자본 항목에 표시된다. 만기가 없는 만큼 이자를 더 얹어 주는 게 매력. 우선주와 비슷하지만 우선주의 배당이 회사 손익에 따라 들쭉날쭉한 반면 채권 이자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게 차이점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서 처음으로 영구채를 발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두산인프라코어가 처음으로 5억 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발행조건은 처음 5년간은 국제금리+가산금리 5%포인트(p), 7년 후부터는 가산금리가 2%p로 낮아진다. 당시 국제금리(3개월 리보) 0.27% 수준이니까 첫 5년은 연 5.27%, 7년 이후부터는 2.27인 셈이다. 매 5년마다 가산금리는 조정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국내 신용평가등급은 ‘A0’인데, 이 등급의 5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현재 3.8% 수준이다. 일반 회사채보다 연 1.5%p가량 이자율이 더 높다.
물론 영구채라고 무턱대고 투자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사채와 마찬가지로 영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도 대부분 재무구조개선이 필요한 곳이다. 우량기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회사가 잘못돼 돈을 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 또 확정이자가 지급되더라도 원금 회수를 위해서는 영구채를 시장에 매각해야하는데, 회사와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값이 등락할 가능성이 있다. 즉 시장 가격 변동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수익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