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1일. 이날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프로야구 10구단 주체로 KT와 수원시를 선정했다. 당시 야구계는 “모그룹이 야구단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KT의 연착륙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다만, 초대 감독을 누구로 선임하느냐에 따라 강팀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단축되거나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즈음만 해도 야구계는 KT 초대 사령탑으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을 유력한 후보로 봤다. 배경은 여러 가지였다. 그 가운데 가장 설득력이 있던 건 KT 이석채 회장이 김 감독을 선호한다는 소문이었다. KT 관계자도 “회장님은 여전히 김 감독의 야구관에 존경심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존경심이 감독 선임으로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KT가 10구단으로 선정되고 일주일 후, 이 회장은 “김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영입할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구단의 연구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 감독 내정설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한 야구인은 “만약 KT가 김 감독을 내정했거나 관심이 있다면 우선지명을 한 달여 앞둔 지금쯤 (감독) 의사를 타진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최근까지 김 감독은 그와 같은 의사를 전혀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모 구단 관계자도 “KT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아직 초대 감독 인선을 두고 장고 중’이란 이야기만 들었다”며 “여러 후보군 가운데 김 감독의 이름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KT가 프로야구단 공식 명칭을 케이티 위즈로 확정했다.
항간엔 KT 초대 사령탑으로 외국인 감독이 선임될 것이란 소문도 돈다. 몇몇 언론에선 KT 관계자의 말을 빌려 “외국인 감독이 유력한 후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KT 주영범 단장은 “외국인 감독 선임설은 와전된 것”이라며 “외국인 감독 중 누가 내정됐다는 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로 부인했다. 그렇다면 외국인 감독을 후보군에 올려놓은 건 사실일까.
주 단장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감독도 초대 사령탑 후보 가운데 하나”라며 외국인 야구인을 감독 후보로 올려놓은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새로운 야구를 지향하는 신생팀이다. 기존 판을 넘어서는 과감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감독 선임도 마찬가지다. ‘한국 프로야구는 내국인 감독만 돼야 한다’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우리 팀 색깔에 맞고, 유능한 분이라면 세계적인 명성의 외국인 감독도 모셔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 단장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을 예로 들어 “이미 한국야구계에서 외국인 감독이 활약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냈다”며 “외국인 감독 후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야구계는 주 단장의 말에 동감을 나타낸다. 능력만 있으면 국적이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다만, 신생팀 초대 감독으로 외국인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모 야구해설가는 “신생팀 감독은 선수수급을 위해 기존 구단 감독들을 만나 협조를 구해야 하고, 감독이 직접 나서 트레이드도 타진해야 하는데 과연 외국인 감독이 그 역할을 능숙하게 할 수 있겠느냐”며 “신생구단 외국인 감독 선임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정규시즌선 ‘약발’ PS선 ‘수부족’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종현 기자
로이스터 부임 첫해였던 2008년. 롯데는 시즌 4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홈팬들은 로이스터의 기적에 ‘홈구장 방문’으로 화답했다. 그해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63번의 홈경기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21경기가 매진사례를 이뤘다.
로이스터가 떠나고 3년이 흐른 지금. 롯데 고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로이스터의 발자취를 평가했다.
“로이스터는 외국인 감독답게 편견없이 선수를 기용했다.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도 명확하게 나눠 불필요한 경쟁을 방지했다. 특히나 연패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넓은 안목으로 팀을 이끌었다. 덕분에 시즌 초반 하위권에 떨어져도 늘 후반기에 분발해 4강 안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 때도 정규 시즌과 똑같은 전략·전술을 쓰는 통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두려움 없는 야구를 강조했지만, 세밀한 야구를 구현하는 데 실패한 것도 아쉬움이다.”
이 관계자는 “다음에도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느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감독 선임은 윗분들이 결정하실 문제”란 단서를 달고서 “‘좀더 세밀한 로이스터’가 있다면 윗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