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태 | ||
T는 지난 3월 회장직제를 도입하면서 사업부문을 크게 세 종류의 고객별사업조직(개인·홈·기업)으로 나누고 각각의 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Company in Company)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오는 6월 초 KTF와의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하게 되면서 KTF의 사업조직은 통합KT의 개인고객부문으로 이관된다.
이석채 회장과 함께 통합KT를 이끌어 갈 3대 CIC 수장들 중 가장 큰 관심을 불러 모으는 자리는 개인고객부문장이다. KTF의 이동통신 노하우를 KT의 유선사업에 얼마나 잘 접목시키느냐가 KT 성장정체 극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장 직급이 될 개인고객부문장은 통합KT에서 이석채 회장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통합KT 개인고객부문장 후보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거론돼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이석채 회장이 외부영입 의사를 밝혀온 데다 경력으로 따지면 통합KT 개인고객부문을 이끄는 데 이 전 부회장만 한 인사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애니콜 신화’ 주역으로 불려온 이기태 전 부회장은 1973년 삼성 입사 이후 줄곧 삼성전자에만 몸담으며 정보통신 분야 요직을 섭렵한 우리나라 정보통신업계 거목이다.
올 1월 삼성그룹 인사를 통해 이 전 부회장이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에서 상담역으로 물러나게 된 점은 KT행이 그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이란 관측을 가능케 했다. KT가 이 전 부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개인고객부문장을 사장직이 아닌 부회장직으로 격상시킬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얼마 전 삼성SDS 상무 출신인 김종선 전 시큐아이닷컴 대표이사가 최근 KT데이타시스템 신임 사장으로 발탁되면서 삼성 출신들의 KT행 러시가 이뤄질 가능성도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KT 측은 “이기태 전 부회장 쪽에 영입의사를 타진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밝힌다. 통합KT의 수익창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만큼 KT-KTF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 인사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작업을 하느라 선임이 지체되고 있을 뿐 이 전 부회장과의 교류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전 부회장 영입 시도에 대한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확실한 근거 없이 작성된 것”이라며 “일부 헤드헌터들이 이런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 전 부회장 본인도 ‘KT에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실 이기태 전 부회장은 지난해 이석채 회장과 더불어 KT 새 CEO 후보군에 오르내렸던 인사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지만 국내 정보통신 분야의 아이콘과도 같은 이 전 부회장이 관료 출신 이석채 회장의 아랫사람 역할을 선뜻 받아들이려 할지도 의문이었다. 이 전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에서 상근직 상담역을 맡고 있기도 하다. KT-KTF 합병에 딴죽을 걸어온 SK텔레콤 LG텔레콤 등 무선통신업체들과 통신기기 공급 등 사업관계를 맺어온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이 전 부회장의 KT행은 적잖은 부담이 될 터였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4월 22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제54회 정보통신의 날 행사장에서 이 전 부회장 영입 불발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언급한‘모든 가능성’에‘이기태 카드’가 포함돼 있을지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통합KT 조직개편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일각에선‘낙하산’가능성에 주목하는 시선도 생겨났다. 이석채 회장이 KT-KTF 합병작업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외압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올 초 이석채 회장이 KT의 새 CEO로 선임되고 나서 이른바 ‘MB맨’들이 대거 KT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돼 외풍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불거진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 역시 KT의 낙하산 가능성에 부채질을 하는 대목이다. 이미 정·재계 일각에선 현 정부와 돈독한 몇몇 인사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이런 우려에 대해 KT 측은 “(개인고객부문장 같은) 중요한 자리에 낙하산이 내려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전혀 가능성 없다”고 일축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민영화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을 들어온 KT가 이번 인선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