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그룹의 지주회사 동화홀딩스 전경. 자회사 동화오토앤비즈를 비상장 지주사 산하에 두기로 해 주주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코스닥 상장사인 동화홀딩스는 지난 5월 24일 공시를 통해 100% 자회사인 동화기업과 동화자연마루를 흡수합병한 뒤 목재사업을 담당할 동화기업(가칭)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동화기업은 합병을 통해 사업목적이 변경되면서 지주사에서 자동 탈피한다. 이와 더불어 중고차 매매 계열사인 동화오토앤비즈는 기존 동화기업의 임대사업 부문을 흡수해 동화홀딩스에서 인적분할되는 동화A&B홀딩스(가칭) 자회사로 소속이 변경된다고 밝혔다. 동화홀딩스는 오는 8월 2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1일 합병 및 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동화홀딩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후 이 회사 주식은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장마감 후 해당 공시가 나왔는데, 그 다음 거래일인 27일부터 31일까지 이 회사 주가는 5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4일 9290원의 종가를 기록했던 이 회사 주가는 31일 7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4일 대비 1890원(-21.04%)이나 폭락한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이른바 ‘분노의 투매’를 펼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동화홀딩스 산하에 있던 동화오토앤비즈를, 상장사로 남는 동화기업이 아닌 비상장 지주사인 동화A&B홀딩스 아래로 넣기로 한 동화홀딩스의 결정에 서둘러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 것이다.
동화오토앤비즈는 동화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성장성이 높은 업체로 꼽힌다. 지난 2011년 294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693억 원으로 1년 만에 2.4배 성장했다. 지난 1분기 매출도 251억 원으로 단순 계산으로 봤을 때는 연 매출 1000억 원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다.
현재의 상장 지주사인 동화홀딩스 체제 아래에서는 동화홀딩스 주주들이 중고차 사업의 성장 과실을 100% 누릴 수 있었다.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동화오토앤비즈의 이익이 동화홀딩스의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물론 동화홀딩스 주주들은 이번 분할 이후에도 동화A&B홀딩스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지만, 비상장사란 점에서 투자매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주들 불만 표출의 시작점이다. 이와 관련, 동화홀딩스는 투자자 입장에서 환금성에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을 감안해 유상감자 방식으로 분할 신설회사 주식을 장외 매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화홀딩스가 제시한 유상감자의 대가는 주당 9103원이다.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46배에 해당한다. PBR이란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을 의미하는데, PBR이 1이면 현재의 주가가 1주당 자산 가치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PBR이 1 이하면 현재의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 있어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설 비상장 지주사의 가치를 절대 저평가 영역인 PBR 0.46배로 적용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동화홀딩스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있어 주주총회에서 무난하게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것을 자신해 PBR을 낮게 적용했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화홀딩스는 탄탄한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총회 통과가 무난한 상황”이라며 “이런 자신감이 낮은 PBR 적용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동화홀딩스 측은 “이번 건과 같은 단순 인적 분할의 경우 회사가 주식을 사 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인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식을 사 주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9103원’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산식에 따라 도출한 가격이며, 단순히 0.46배라는 PBR만 갖고 따질 문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도 지난 1월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 주력인 ‘박카스’를 비상장사 아래로 두려고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가 취약한 동아제약은 국민연금 등과의 주총 표 대결 끝에 지주사 설립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동아제약과 달리 동화홀딩스는 최대주주인 동화인터내셔널,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8.80%로 지배구조가 탄탄하다.
동화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한 개인 주주들의 불만을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시기를 못 박을 수 없지만 동화A&B홀딩스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게 되면 추가로 IPO(기업공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