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내정자가 회장에 선임되면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함께 민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 내정자는 이변이 없는 한 오는 6월 14일 우리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 내정자가 회장에 선임되면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함께 민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아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우리금융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원인은 이순우 내정자에 있다. 경영 능력과 조직 통솔, 인화 등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이 내정자가 ‘오로지 민영화를 위한 회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순우 내정자가 최종 낙점된 것은 행원 출신의 ‘정통 우리은행맨’인 데다 경험과 성품에서 다른 후보에 앞섰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23일 송웅순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은 “이 내정자는 금융업 전반에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쌓았으며 소탈한 성품과 원만한 대인관계로 내부 조직 장악력을 갖췄다”며 내정 이유를 밝혔다. 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은행지부·위원장 임혁)도 반대하지 않았다. 안대근 부위원장은 “노조는 신임 회장이 내부에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다”며 “거론됐던 후보 중 가장 나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민영화만 염두에 둔 내정’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민영화 의지와 철학을 같이 할 수 있는 분이 우리금융을 맡아야 한다”고 한 신제윤 위원장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주체적·능동적인 회장보다 정부의 뜻대로 움직여주는 회장이 필요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칫 이 내정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회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들어간 회사의 회장과 경영진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경영진 선임과 경영 점검 등의 형태로 경영 간섭을 한다”고 꼬집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 쪽 인사가 아예 회사에 상주하며 감시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중 한 명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직원으로 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순우 내정자와 신제윤 위원장이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 ‘이순우호’의 부작용과 리더십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이러한 점들 때문이다.
정부 쪽에서 이 내정자의 임기를 단축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 24일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어 새 회장의 임기를 2014년 12월 30일까지로 제한했다. 이 안건이 6월 14일 주총에서 통과된다면 이 내정자의 임기는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이 내정자가 직접 ‘임기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기어코 임기를 단축시킨 것은 정부가 이 내정자를 민영화를 위한 한시적인 회장으로 못박아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내정자가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내정자의 임기를 제한한 것으로 보아 정부는 내년까지 우리금융 민영화를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일괄매각과 분리매각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영화 방안이 대부분 지난 세 차례 무산 때와 별반 차이가 없는 데다 우리은행 노조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안대근 부위원장은 “이미 실패한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노조 나름대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효과적인 민영화 방식을 강구하고 있지만 지금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영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우리금융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일부에서 민영화가 늦어지면서 조직이 비대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순우 내정자가 일부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의 물갈이를 시사한 가운데 우리금융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구조조정 얘기도 오가고 있다. 우리금융의 한 직원은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신임 회장이 내정되면서 어떤 바람이 불어 닥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첫 행원 출신 수장…노조와도 통해
이순우 내정자는 이미 ‘행원 출신 회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7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해 지난 5월 23일 회장으로 내정된 그는 오는 6월 14일 주총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경우 행원으로 출발해 회장까지 오른 첫 번째 인물로 기록된다. 샐러리맨과 은행원들의 신화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이 내정자는 ‘상업→한빛→우리은행’ 등의 과정을 비롯해 우리금융의 흥망성쇠를 직접 겪은 인물이며 지난 37년 동안 우리은행에서만 근무한 ‘정통 우리은행맨’이다. 내부 출신 회장을 바라던 우리은행 노조가 크게 반대하지 않을 만큼 대화와 조직 장악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950년 경북 경주에서 출생한 이 내정자는 대구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상업은행 을지로지점에서 말단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상업은행 비서실, 홍보실장 등을 거쳤다. 1999년에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의 초대 인사부장을 맡았다. 2002년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 재직 시절 LG카드 구조조정의 실무를 총괄하면서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이던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신 위원장과 이 내정자는 회의와 밤샘 작업을 함께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내정자는 우리은행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 우리은행 수석부행장과 우리은행장을 거쳐 마침내 회장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이 내정자는 또 회장에 선임되더라도 우리은행장을 겸직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