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대기업 부동산 개발업체 중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SK D&D(옛 아페론)다. 이 회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이 세운 부동산 개발회사다. SK건설과 최창원 부회장이 각각 44.98%, 38.76% 지분을 갖고 있다.
당초 이 회사는 SK건설이 지은 주택 등의 인테리어사업을 전담했다. 그러다 2007년 11월 12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MKS개런티 유한회사’라는 외국기업의 지분 49%를 사들여 서울 논현동 나산백화점 개발에 나서면서 개발회사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지난해 투자자였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잠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나산백화점 터에 강남 N타워를 착공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시행사로 참여했던 일산 킨텍스몰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을 비롯해 SK케미칼 수원 정자동 개발을 주도하는 등 사업 영역과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 D&D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안재현 사장이다. 안재현 사장은 대우증권과 와튼스쿨을 거친 금융통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이 만든 부동산 개발회사인 롯데자산개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지난 2007년 11월 롯데건설과 롯데쇼핑이 6 대 4의 비율로 출자해 설립했다. 롯데그룹은 국내외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총괄할 조직의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느껴왔다고 한다. 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경제연구소에서 부동산 개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출범 1년 전인 2006년부터 사업을 준비해왔다는 것.
롯데자산개발의 사업 방향도 그룹의 핵심사업인 유통과 레저 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분야의 자산개발과 관리, 자산 유동화 등을 전담한다. 백화점, 대형 마트, 멀티플렉스, 유명 명품 브랜드와 휴식 공간까지 결합한 ‘롯데몰’ 사업이 경쟁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다.
롯데자산개발은 중국 선양(瀋陽) 복합타운, 김포 스카이파크, 제주 롯데리조트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칠성이 보유한 서울 서초동 부지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그룹 외 부동산 매물로는 처음으로 대한통운이 소유한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건물을 매입하기도 했다.
롯데자산개발을 이끌고 있는 김창권 대표는 한국자산관리공사,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프로퍼티스 부동산투자 담당 상무, 삼정 KPMG 부동산본부장을 지낸 부동산 전문가다.
한화그룹은 별도의 부동산 개발회사를 두지 않고 있다. 다만 한화건설이 해외 부동산 개발에 주력하면서 조만간 그룹차원의 개발회사 설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한화건설이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 중 주력하고 있는 곳은 미국 하와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6월 ‘하와이 LLC’를 계열사에 포함한다고 공시했다. 하와이 LLC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고급 콘도 개발을 위해 세워진 특수목적법인(SPC). 호놀룰루 콘도는 1개동 총 133가구로 이뤄져 있으며, 총사업비가 1억 60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개발 사업이다.
하와이 LLC의 대표이사는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이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00년 한화건설로 옮기기 전까지 20년 동안 대우개발에서 개발업을 담당했으며, 이직 직전까지 해외개발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이런 김 사장의 경력과 실적을 인정해 한화그룹의 개발 사업을 전담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양그룹의 건설·자재를 맡고 있는 동양메이저도 자회사로 동양에이앤디를 설립해 부동산 개발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양에이앤디는 동양메이저를 비롯해 한일합섬 등 계열사가 보유한 자체 부동산 개발을 추진 중이다.
CJ그룹의 부동산개발회사인 CJ프로퍼티스는 오명길, 강정구, 원영근 사장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오명길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개발사업을 이끌었으며, 강정구 사장은 삼정KPMG 부동산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원영근 사장은 미국 MIT에서 부동산개발 금융을 전공했다. 이 회사는 CJ그룹이 보유한 서울 가양동 CJ 공장, 구로동 공장의 개발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출범 당시 재계의 주목을 받았던 애경그룹의 부동산회사인 AMM자산개발은 현재까지 별다른 사업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구 공모형 PF사업에는 아예 명함조차 내밀지 않았고, 애경그룹이 재무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분간 사업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다만 애경그룹이 보유한 양질의 부동산이 많다는 점에서 그룹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대한전선의 지주회사면서 부동산 개발을 활발하게 전담하고 있는 삼양금속 역시 당분간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관리하면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알려졌다.
윤진섭 이데일리 기자 yj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