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가 취하됐지만 배우 박시후는 후배가 부른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성관계를 가졌다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렸다. 그룹 클릭비 출신 김상혁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김상혁은 길을 가던 이 여성의 손을 잡아챘으며 이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낀 여성이 경찰에 신고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역시 당사자가 “오해였다”며 소 취하했지만 2005년 음주운전 후 거짓말 파문이 족쇄가 돼 연예 활동을 중단했던 김상혁으로서는 ‘술이 웬수’라는 말이 뼈저리게 와 닿을 것이다.
같은 날 방송인 유세윤은 “음주운전을 했다”며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갔다. 연예계 초유의 일이다. 지난해 우울증 증세가 있다고 고백했던 유세윤은 최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MBC <황금어장> 제작진이 대거 교체되며 더욱 심란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유세윤의 해명처럼 심신이 지친 그가 술기운을 빌려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쯤 되니 몇몇 연예기획사는 실제로 소속 연예인들에게 금주령을 내리고 있다. 워낙 친분을 도모하는 자리가 많기 때문에 술자리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음주량을 최소화하라고 당부하는 모양새다. 결국 피곤해지는 건 로드 매니저다. 담당 연예인의 스케줄을 일일이 쫓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고 술을 자제하도록 이야기하며 회사에 일일이 보고하는 것도 로드 매니저의 몫이다.
통상 공식 스케줄이 끝난 후 개인적인 술자리가 시작되면 매니저를 돌려보내는 연예인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술자리가 아무리 늦어져도 반드시 귀가하는 것까지 보고 퇴근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 후 소속사 대표 혹은 이사급 매니저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술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보유하고 있으면 회식이 있는 날마다 밤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술자리 약속을 잡을 때도 독립된 공간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일반인들과 접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특히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괜한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다.
배우 A는 얼마 전 사소한 일로 구설에 휘말릴 뻔했다.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던 중 옆 테이블의 손님이 사인을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이 손님이 이미 상당히 취한 상태라 동석한 매니저가 나서서 정중하게 사과의 뜻을 밝히고 돌려보내려 했지만 기분이 상한 손님이 시비를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옆 테이블의 일행들이 말려 조용히 사태가 수습했지만 자칫 주먹이라도 오갔으면 A가 연루된 폭력 사태로 비화될 뻔했다.
연예인과 동석한 매니저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성들의 동석을 막거나 사진을 찍는 것을 통제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술자리에서 모르는 여성들과 합석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자칫 SNS를 통해 함께 찍은 사진이 유포되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술자리에서 연예인들에게 다가오는 취객은 생각보다 많다. 술기운 때문에 막무가내고 정중히 사양해도 자신을 무시했다고 화를 내곤 한다”이라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었을 경우를 대비한 매뉴얼도 있다. 최상책은 ‘피하기’다. 일단 일행이 싸움이 휘말리면 상대방은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일찌감치 합의를 제안할 거라는 계산 때문이다.
실제로 배우 이민기는 2010년 서울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일행이 또 다른 이들과 시비가 붙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당시 상대방이었던 허 아무개 씨는 이민기가 연예인임을 이용해 2000만 원을 요구했으며 이를 주지 않으면 이민기가 폭행 사건에 가담한 것처럼 제보하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이민기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이민기 역시 명예훼손, 공갈 협박, 무고죄 혐의 등으로 맞고소했다. 결국 허 씨의 죄가 인정돼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이민기는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2년 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혹시 피하지 못하더라도 맞서 싸우지 말 것도 당부한다. 정당방위를 입증하기 어렵고 쌍방 폭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죄를 인정받더라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이미지가 망가진다. 그래서 최대한 방어로 일관하고 많은 목격자를 확보하며 CCTV가 있는 곳으로 가 증거를 잡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관계자는 “작정하고 덤비는 사람과 싸워봤자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다소 억울하고 울분이 치밀더라도 일단 그 자리는 떠나는 게 가장 좋다. 일행들이 서운해 할지라도 말이다”고 전했다.
술 좋아하는 여성 연예인들은 더욱 다루기 어렵다. 인사불성으로 취하면 남성 매니저 역시 함부로 손대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배우 B의 경우 늦은 술자리까지도 반드시 매니저가 동행한다. 술에 취하면 스킨십이 잦아지는 B를 통제하고 집에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매니저의 주요 임무다. B와 술자리에 있었던 연예 관계자는 “B를 보면 술자리에 절대 혼자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B가 술을 마실수록 표정이 안 좋아지는 어린 매니저가 안쓰러웠다”고 귀띔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