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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왼쪽 사진) 박찬구 석유화학 부문 회장.(오른쪽 사진) | ||
박찬구 회장은 지난 6월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주식 36만 950주를 팔았다. 지분율은 2.19%에서 1.44%로 낮아졌다. 박찬구 회장의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도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155만 7690주를 처분, 지분율이 3.92%에서 0.71%로 떨어졌다.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한 박찬구 회장은 곧이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였다. 6월 22일과 23일 각각 5만 4000주, 15만 1000주를 매입한 것이다. 이 때 들어간 돈은 61억 원가량으로 지분율은 5.30%에서 6.10%로 늘어났다. 박찬구 회장의 금호산업 주식 매각 가격이 61억 7271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 돈으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준경 부장도 6월 17일 금호석유화학 지분 37만 1730주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총 80만 1630주를 확보해 지분율을 4.71%에서 7.87%로 끌어올렸다. 이는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씨(10.01%)에 이어 개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박준경 부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는 데 쏟아 부은 230억 원 역시 금호산업 주식을 처분해 거둔 290억 원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들이 이처럼 지분을 사고파는 일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 박찬구 회장 부자의 지분 매입·매각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양 축인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박찬구 회장 부자는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을 13.97%로 늘리며 다른 형제들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반면, 금호산업 지분율 2.15%는 형제들 중 가장 적은 것에 해당한다.
이러한 박찬구 회장 부자의 지분 변동은 고 박인천 창업주의 뜻에 따라 고 박성용-고 박정구-박삼구-박찬구 금호아시아나 4형제가 지켜왔던 계열사 지분 공동분배와 형제간 경영권 승계의 틀이 깨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지난 2007년부터 고 박성용 회장의 장남인 재영 씨 지분이 뒤처지고 있긴 하지만 그가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사실상 4형제의 ‘지분 균형’은 지켜져 왔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찬구 회장 부자의 지분 변동과 관련해 “총수 일가의 문제라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계열사 분리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창업주의 유지를 어기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수백억 원의 돈을 들여 지분을 사고 판 데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금호 정도의 대기업 대주주가 별 뜻 없이 이런 대규모 지분 거래를 했을 것으론 보지 않는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박찬구 회장이 분가를 염두에 두고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석유화학부문 계열사들을 떼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그룹 측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부인해왔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산업 상무의 입지가 점점 커지면서 박찬구 회장의 분가설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형제승계에 따른 순서대로라면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뒤를 이어야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 박세창 상무의 대권 승계 가능성이 갈수록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호아시아나 내부 관계자는 “박세창 상무로의 승계 움직임이 올해 들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몇몇 방안들이 (박삼구 회장에게)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대권승계를 기다려왔던 박찬구 회장 입장에서는 섭섭할 노릇이다. 또한 나이 어린 조카 밑에서 계열사 경영을 하는 것보다는 독립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 오너들이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위해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에게 미리 계열사를 떼어내 분리시켰던 전례를 감안하면 박삼구 회장 역시 분가를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그룹 안팎에서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말들이 나오기도 한다. 금호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박찬구 회장은 철저한 ‘2인자’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형제경영에 잡음이 들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1인자’ 자리에 오를 것에 대비한 행보였다는 관측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박삼구 회장이 박세창 상무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 유력시되자 둘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박찬구 회장의 분가 결심을 더욱 굳혔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6월 1일 산업은행과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 지분을 넘기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금호가 실탄 확보를 위해 몇몇 계열사들을 추가로 내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석유화학 계열사들이다. 금호석유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피앤비화학 등은 지난해 4조 50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그룹 내에서 대한통운과 함께 알짜배기 계열사들로 손꼽히고 있다.
이 소식에 그동안 석유화학부문을 이끌어왔던 박찬구 회장은 내심 불쾌하게 생각했다는 후문이다. 박찬구 회장은 형인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려 할 때 여러 차례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 이후 박찬구 회장 부자의 지분 변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분가를 위한 포석인 동시에 석유화학부문을 그룹의 ‘총알받이’로 희생시킬 수 없다는 의지로도 해석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동생의 이번 지분 변동을 사전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그룹과 집안의 대소사를 서로 의논해왔던 것과는 사뭇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 두 형제의 관계 악화설은 더욱 입소문을 타고 있는 듯하다. 앞서의 금호아시아나 내부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비록 모르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수 있는데 (분가를) 굳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박찬구 회장 역시 자신이 피땀 흘려 이룬 회사들을 가져갈 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 아니냐”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