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이번호부터 남다른 열정과 번득이는 아이디어, 끊임없는 노력으로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본사 CEO들의 파란만장 성공 스토리 ‘10평의 기적’을 연재한다. 그들이 걸어온 길을 통해서 작은 희망과 용기라도 얻는다면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가는 또 하나의 힘이 될 듯하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뮬란 상하이문 상하이델리 상하기객잔 등 6개의 중식 전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조미옥 아시안푸드 사장(40)이다.
1998년, 외환위기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였지만 조미옥 사장만은 예외였다. 6년 전 경매로 넘어가버린 660㎡(200평) 규모의 중식당 ‘중국관’을 되찾은 해이기 때문이다. 중국어 강사였던 그가 창업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어려움에 처한 부모를 돕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1993년 건물주의 부도로 부모가 운영하던 중식당이 하루아침에 폐점위기를 맞게 되면서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중국관은 화교 출신인 부모님이 평생을 모아 번 돈으로 투자한 음식점이었어요. 부모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 음식점을 도저히 남의 손에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채권자와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부채를 갚겠노라고 설득에 나섰다. 다행히 20대 젊은 여성의 열정에 채권자와 납품대금이 밀린 거래처들은 한 발 물러서줬다. 그렇게 급한 불을 끈 뒤 이번에는 본격적인 매장 운영에 나섰다.
외식업계에 대해선 문외한이나 다름없던 조 사장의 열정에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직원들도 다양한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변화에 동참했다. 모두가 함께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 사장은 “음식점 운영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안산의 명소 중국관입니다’라고 전화를 받는 일이었는데 그 말이 결국 현실이 됐다”며 미소로 지난날을 회상했다.
내쫓길 위기에 처했던 음식점은 6년 만에 안산의 명소로 자리 잡았고 채권자들을 설득해야 했던 그는 부채 상환을 끝낸 것은 물론 입주 건물까지 매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음식점의 인지도가 높아지자 이번에는 대형마트에서 푸드코트 입점을 제의해왔다. 주변 사람들은 “별 이득이 없을 것”이라며 만류했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10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장이 되고픈 꿈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고요. 가족과 같은 직원들이 나가서 운영할 수 있는 중국음식점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테스트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는 그간 모아둔 3000만 원으로 ‘뮬란’이라는 캐주얼 중식 브랜드를 만들어 푸드코트에 입점했다. 이번에는 패밀리세트와 정반대로 요리와 식사를 조금씩 즐길 수 있도록 ‘싱글세트’ 메뉴를 개발했다. 당시 푸드코트에는 자장면 짬뽕 같은 단품메뉴가 일반적이었다. 생소한 세트 메뉴에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는 이번에도 중국관의 메뉴판과 같은 시각적인 효과를 노렸다. 해당 음식을 직접 만들어 푸드코트 앞에 진열한 것.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6평) 규모 점포에서 월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일 진열을 위해 만들었다 버려지는 음식이 아까워 나중엔 모형을 제작했어요. 그랬더니 다른 음식점에서도 모형을 제작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은 보편화된 음식모형 진열장의 시초가 된 셈이죠.”
푸드코트에서 성공을 거둔 조 사장은 ‘아시안푸드’(www.easianfood.co.kr)라는 법인을 설립,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백화점 테이크아웃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독특한 만두소를 개발, 13㎡(4평) 점포에서 1500원짜리 왕만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결과는 성공이었다. 월매출 1억 2000만 원의 기염을 토한 것. 경기도 용인 죽전점에서는 1억 7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008년부터는 공장을 설립, 특허기술을 인정받은 만두소를 본격적으로 생산해 가맹점으로 공급하고 있단다.
이렇듯 폐점 위기의 음식점을 살려낸 작은 성공은 중식 캐주얼 레스토랑 ‘뮬란’, 딤섬 뷔페 전문 레스토랑 ‘상하이문’, 중화 전통 수제 만두 ‘상하이델리’, 중국식 퓨전 선술집 ‘상하이객잔’ 등 6개 브랜드 162개 점포로 확대됐다.
조 사장은 “경험이 없는 창업자들은 망망대해에 혼자 버려져 있는 느낌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처음 음식점 경영을 맡았을 때 그랬기 때문이다. 그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과거에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똑같이 겪고 있는 창업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지만 가맹점 창업이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음식점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고, 종사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서로 존중하면서 함께 일해야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프랜차이즈는 궁극적으로 점주와 직원, 고객 모두의 행복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프랜차이즈론’이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