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로마포미 김삼수 사장은 가맹비와 보증금,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 가맹점과 본사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비용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저희 매장에 들어온 손님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좋은 향기,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향입니다. 손님과 운영자가 항상 기분 좋은 얼굴로 마주할 수 있죠. 물론 손님 대부분이 구매 목적을 가지고 방문을 합니다만, 향기가 발걸음을 잡는 경우도 많아 매출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천연화장품 전문가가 다 되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는 화장품에는 문외한인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아내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 때문에 천연 아로마 화장품을 접하게 됐고, 높은 만족도가 부업으로 이어지면서 그도 자연스럽게 천연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단다.
“경기도 분당 미금역에 위치한 상가 2층에서 26㎡(약 8평) 규모의 조그만 매장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품 대부분이 수입품이다 보니 제품명이나 사용법 등이 익숙지 않아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했죠. 샴푸를 바디크림인 줄 알고 판매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손님이 ‘지난번 구입한 바디크림이 좋더라’며 다시 구입을 하러 오더군요. 하하.”
제품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숙지하고, 고가의 제품을 선뜻 구입하지 못하는 손님에게는 조그만 용기에 덜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펼쳤더니 매출이 하루 100만 원을 껑충 뛰어넘었다. 손님들이 줄을 잇자, 이를 눈여겨본 옆 가게에서 점포를 그대로 넘겨달라고 요청해왔다. 1년 가까이 공을 들인 매장이었지만 고민 끝에 점포를 팔았다. 그리고 퇴직을 결심했다. 아예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기로 마음을 먹은 것. 아내도 어렵게 그의 손을 들어줬다.
돈을 적게 들여 수익을 낼 수 있는 점포를 찾던 중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도로변에 위치한 17㎡(약 5평) 규모의 가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나 홀로 건물이었지만 차량 이동이 많아 장사가 잘 될 것 같았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으로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 공사에는 그가 직접 나섰다. 전등을 직접 달고, 세면대도 직접 구입해 설치했다. 대신 손님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인테리어 소품은 최상의 제품으로 들여놨다.
가게 문을 열자 기대와 달리 손님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그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번에는 전단지를 직접 제작해 인근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부착에 나섰다. 손님이 하나둘 방문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아내가 나섰다. 손님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개인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했다. 고객 밀착 서비스가 효과를 나타내면서 3개월 만에 일 매출이 100만 원을 넘어섰다.
장사가 잘 되자 그에게 가맹점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경기지사 운영을 맡아 30여 개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본사로부터 제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판매점의 생명은 제품의 원활한 공급인데, 본사에서 충분한 양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죠. 그러다보니 손님에게 제품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답답한 마음에 독립을 선언했더니 차라리 회사를 인수하라고 하더군요.”
프랜차이즈 본사라고 해봐야 그가 개설한 30여 개 가맹점이 거의 전부라서 인수 비용은 많이 들지 않았다. 2004년 사업체를 맡으면서 그는 우선 유통 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했다. 해외 제조업체를 방문해 직거래 계약을 맺고 국내 대리점에는 기본적인 스킨케어 제품에서 주름 개선 등의 기능성 제품, 색조 용품, 바디 용품, 자연 치유 효과가 있는 에센셜 오일과 테라피 제품, 마시는 차(茶)에 이르기까지 1300여 가지의 제품을 도매가로 공급하기로 한 것. 제품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가맹점 운영은 다시 정상화에 접어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웰빙 바람으로 천연화장품 프랜차이즈 본사가 난립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천연화장품의 특성상 제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좋은 제품을 선정하고 구매, 운송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죠. 자금력도 충분히 뒤따라줘야 하고요.”
그는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확보하고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제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점장전용 게시판에는 지난 1년간 출고된 제품의 순위를 정리, 제품별로 인기품목과 비인기품목을 공개하고 있다. 또 품절된 제품의 경우 품절 이유와 재입고 예정일 등을 수시로 등록, 이를 통해 점주들이 제품의 재고를 비슷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철저한 재고 관리는 손실의 최소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본사는 가맹점의 판매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죠. 가맹점이 잘 돼야 본사도 함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항상 점주 입장에서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고요.”
그는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오래 살아남는 길은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가맹점 개설시 가맹비와 보증금, 로열티를 받지 않는 이유다.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는다. 계약서가 오히려 가맹 점주를 옥죄는 족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비용도 평당 90만~100만 원 선으로 실비만 받는 수준이다. 간판도 애프터서비스의 편의성을 고려해 현지 업체에서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가맹 방식을 ‘신(新)프랜차이즈 형태’라고 말한다. 단, 1개 지역에 1개 점포만 개설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고수하고 있다.
김 사장은 “본사와 가맹점 간 계약이 없더라도 좋은 제품을 꾸준히 공급하고, 마음으로 교류한다면 가맹점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올해 초부터는 경기도 오산시에 설립한 9900㎡(3000평) 규모의 제조공장에서 ‘무(無)인공향료, 무(無)색소, 무(無)방부제’를 표방하는 자체 브랜드 상품 ‘유어바디’(Your Body)를 생산, 각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수입 화장품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단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