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주공)와 한국토지공사(토공)의 업무조정과 구조조정, 부실 재무구조 개선 및 본사 이전 문제 등이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특히 인력 구조조정 문제는 조정 폭이 크면 노조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통합 의미가 사라져 이 사장에게는 가장 큰 숙제로 다가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공과 토공 내부에서는 구조조정 공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통합공사호’를 이끌 선장이 승선했지만 여전히 내부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주공과 토공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통합공사는 자산 105조 원으로 175조 원의 삼성그룹과 117조 원의 한국전력공사에 이어 국내 3위의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통합공사의 수장이 된 이지송 사장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경동고와 한양대학교를 나온 후 1976년 현대건설에 몸담았다. 그는 현대건설 전무, 경인운하 사장 등을 거치며 2003년 3월에 현대건설 사장에 취임해 2006년 3월까지 사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현대건설에 있으면서 15년 동안 같이 근무해 친분을 다졌다. 하지만 이 사장 측은 친분이 아닌 실력으로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고 밝힌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 추진한 청계천 복원 공사에서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공기 내에 공사를 마친 것. 이러한 이유로 그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이 사장이 통합공사의 수장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엔 현대건설 사장 시절에 보여 주었던 업무능력이 큰 몫을 했다고 한다. 그가 2003년 현대건설 사장에 취임했을 때 회사는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이를 3년 만에 졸업하며 회사를 다시 정상에 올렸던 것이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에도 ‘통합공사호’를 맡은 이 사장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관측이다. 이 사장이 끌고 가야 할 통합공사는 총 부채 규모가 86조 원에 이른다. 순수 금융부채만 해도 총 55조 원에 달하고 올해 말에는 70조 원을 넘어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경우 총 자본금인 19조 5066억 원에 대비해 부채비율은 359%로 높아진다. 현대건설을 이끌면서 부실한 재무 구조를 치료한 경력이 있는 이 사장이지만 ‘수치의 압박’은 상당하다. 향후 이뤄질 구조조정의 폭과 수위에 새삼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이지송 사장의 임명과 관련해 주공과 토공 내부 관계자들은 “민간건설사 사장 출신이 임명되자 공기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다”며 “구조조정을 할 경우 직원들의 편이 아닌 정부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공은 민간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사장에 올라 공기업 조직을 무리하게 민간 시스템으로 바꾸려다 후유증을 겪은 경험이 있어 이지송 사장의 임명에 우려를 표시했다. 대우건설 사장 출신으로 2007년 주공 사장으로 영입된 박세흠 전 사장은 새롭게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 ‘휴먼시아’를 앞세워 건설시장 전면에 나서며 활발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당시 내부에서는 박 전 사장의 회사 운영에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주공 내부 관계자는 “조직 시스템을 대우건설의 민간 시스템으로 개편을 했는데 공기업의 생리를 역행해 문제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결국 박 전 사장이 각종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1년 만에 물러나자 기존의 조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은 수익 창출 구조로 조직화되어 있는 데 반해 공기업은 수익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인프라를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민간기업 출신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무시하고 무조건 수익 우선을 내세워 조직 내부와 충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공 내부에서는 과거의 경험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토공 관계자는 “통합공사 사장이 민간 출신이라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부실 채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양 공사 통합 과정의 가장 첨예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업무조정과 구조조정이다. 주공은 현재 정직원이 4358명이고 토공은 2982명으로 총 7300여 명에 달해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특히 정부에서는 택지개발 등 중복 업무 조정 등과 관련해 30% 인력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노동조합(주공노조·위원장 정종화) 관계자는 “정부가 무리한 구조조정 안을 요구하면 상급단체(한국노총) 등에 구조조정 협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토지공사노동조합(토공노조·위원장 고봉환)의 한 관계자도 “구조조정 문제는 아직 정확하게 이야기 나온 부분이 없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인다면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필요하다면 주공노조와도 관
계개선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통합공사설립사무국에서 진행된 통합공사 조직안은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설립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통합공사는 6개 본부로 구성될 것”이라며 “각 지역본부는 서민주거부문, 주택사업부문, 토지사업부문, 지역발전부문 및 사업지원팀으로 나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의 또 다른 숙제는 공공기관 이전 방안에 따라 2012년까지 본사를 혁신도시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원래 주공은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토공은 전북 전주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하지만 두 기관이 하나로 합치게 되면서 본사 이전 지역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충남 보령 출신임을 감안해 절충안으로 충청권에 본사를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주공과 토공 내부 관계자들은 “본사 이전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 제3의 지역을 모색한다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자칫 지역감정으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공사설립사무국은 지난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상임이사 6명을 공모했는데 총 122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무려 20 대 1의 뜨거운 경쟁률을 보인 것. 설립사무국 측은 현재 지원자들을 심사 중이며 곧 상임이사 6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지송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임을 내세워 상임이사도 현 정권과 우호적인 인물들이 대거 포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