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KPX 빌딩 입구.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양물산은 지난 12일 성진상사의 발행주식 전부인 102만 4895주를 63억 5434만 9000원에 현금 취득했다. 진양물산은 부산 소재 부동산임대업체로, 진양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또 진양홀딩스는 지난 3월 31일 현재 KPX홀딩스가 41.1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진양물산은 KPX홀딩스의 손자회사 격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액 20억 5000만 원, 영업이익 7억 5000만 원, 순손실 63억 9000만 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경남 양산에서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는 성진상사의 최대주주가 KPX그룹 양규모 회장이라는 점이다. 양 회장은 최근 주식 매각 전까지 이 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즉 양 회장은 자신의 개인회사를 그룹 내 적자 계열사에 떠넘김으로써 약 64억 원을 손에 넣은 셈이다. 진양홀딩스 측은 “(회장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입하게 됐다”며 “회장님 지시사항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양 회장은 최근 자신의 KPX홀딩스 주식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수십억 원의 현금을 추가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4월 16일, 4월 30일, 5월 29일 세 차례에 걸쳐 총 3만 1267 주)를 팔아 지난 20일 종가(4만 6700 원) 기준 약 14억 6000만 원을 거뒀다. 양 회장 주식 대부분을 매입한 곳은 부산에서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삼락상사라는 곳으로 나타났다. 결국 양 회장은 지난 두 달간 계열사를 통해 79억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KPX홀딩스 관계자는 양 회장의 현금 확보 배경에 대해 “회장님 개인적인 일이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가 지난 2월 15일 기준으로 지난해 결산 현금배당 결정을 공시한 12월 결산법인 208개사 중 2년 연속 배당을 실시한 198개사를 대상으로 배당금을 조사한 결과 KPX그룹 계열사인 진양폴리우레탄(10.1%)과 진양산업(8.1%)이 시가배당률 2, 3위를 기록했다. 평균 시가배당률이 전년 동기 대비 0.15%포인트 감소한 2.13%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 시가배당률의 4~5배에 달하는 수치다.
게다가 실적이 부진한 회사에서도 고배당을 실시해 회사의 잠재적 부실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그룹의 지주회사인 KPX홀딩스는 주당 현금배당액이 1450원으로 시가배당률은 3.6%였다. 이밖에 진양홀딩스가 75원(4.6%)의 배당금을, 진양화학도 100원(5.57%)의 배당금을 결의했다. KPX그린케미칼은 1주당 100원(2.1%), KPX케미칼은 1000원(1.8%)을 결정했다.
KPX그룹 계열사 간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이 같은 전체적인 고배당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지주사인 KPX홀딩스의 경우, 5월 29일 기준 양 회장은 이 회사 주식 22.94%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도 50.79%에 이른다.
또 KPX홀딩스는 그룹의 중간지주사 격인 진양홀딩스 주식을 41.19% 소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까지 따지면 62.91%에 달한다.
이어 진양홀딩스는 진양산업, 진양화학, 진양AMC, 진양개발, 진양폴리우레탄 등의 최대주주다. 결국 이들 모든 회사를 자회사 및 손자회사로 두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KPX홀딩스이고, KPX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양 회장이기 때문에 높은 배당을 실시할 경우 가장 많은 배당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양 회장이다.
이 같은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고배당에 힘입어 양 회장은 재벌닷컴이 최근 발표한 2012회계연도 기준 100억 원 이상 현금배당을 받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19명 리스트(121억 5000만 원·16위)에 포함되기도 했다.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 오너가 아닌 그룹 전체 매출이 1조 5000억 원대인 중견기업 KPX그룹 오너가 여기에 들어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실적이 부진한 회사들도 고액의 배당금 지급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진양폴리우레탄의 경우 지난해 217억 원의 매출과 19억 원의 영업이익, 14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감소한 수치인 데다, 배당금 총액(17억5000만 원)은 전년 전체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이다.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진양홀딩스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 사항이다”라고만 말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7620억 원의 매출로 KPX그룹 최대 규모이자 핵심 계열사인 KPX케미칼이 최근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PX케미칼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에서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이슈 부각과 CJ그룹의 검찰 수사 등 대기업 길들이기 분위기가 만연한 상황에서의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여느 때와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새 정부 들어 세수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며 “평소엔 눈감아 줄 사안도 때가 때인 만큼 법인들로서는 다른 때보다 더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한때 잘나가던 ‘국제가 사람들’ 지금은…
양정모 세상 떠났거나 양귀애 경영 손뗐거나
KPX그룹 양규모 회장은 한때 재계를 호령하던 국제그룹 양정모 전 회장의 동생이자, 양태진 창업주의 아들이다. 부산의 고무신 공장에서 시작한 국제그룹은 1980년대 초반 21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으나, 양정모 전 회장이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당시 전두환 정권에 밉보인 탓에 1985년 갑자기 공중분해되는 비운을 맛 본 회사로 유명하다. 이후 국제상사 건설부문과 동서증권은 극동건설그룹으로, 연합철강은 동국제강그룹으로, 나머지 계열사는 한일그룹으로 각각 넘어갔다. 한일합섬을 상대로 자신의 주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한 양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3월 타계했다.
양귀애 전 대한전선 명예회장도 국제그룹 양태진 창업주의 막내딸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한전선은 1955년 창립 이후 지난 2008년까지 ‘54년 연속 흑자’를 내며 초우량 기업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을 통해 빚잔치를 벌인 끝에 사세가 많이 기울어진 상태다. 양 전 명예회장은 지난해 명예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그룹의 인송문화재단과 설원량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양정모 세상 떠났거나 양귀애 경영 손뗐거나
왼쪽부터 고 양정모 전 회장, 양귀애 전 명예회장.
양귀애 전 대한전선 명예회장도 국제그룹 양태진 창업주의 막내딸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한전선은 1955년 창립 이후 지난 2008년까지 ‘54년 연속 흑자’를 내며 초우량 기업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을 통해 빚잔치를 벌인 끝에 사세가 많이 기울어진 상태다. 양 전 명예회장은 지난해 명예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그룹의 인송문화재단과 설원량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