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완·장윤정 커플이 <위기탈출 넘버원>에 함께 출연한 모습. 사진제공=KBS
연예인과 아나운서의 만남이 잦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과거 아나운서들은 뉴스 진행을 비롯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도맡았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예능 프로그램 진출이 늘면서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반대로 연예인들이 드라마와 예능을 넘어 보도와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연예인들의 사회활동 참여가 늘고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사를 고백하는 기회도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나운서와 접촉할 일도 많아졌다.
유재석·나경은 부부. 임준선 기자
연예인과 아나운서는 ‘방송가’라는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지만 서로에 대한 영역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신비감을 갖곤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프리랜서인 연예인과 직장인인 아나운서는 사실상 생활환경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 또한 다르다. 때문에 평소 동경하고 있던 상대방의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양측 모두 방송가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한 프로그램 안에서 맡은 역할도 다르고 개런티도 천차만별이지만 방송 시스템을 꿰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생활 패턴을 잘 이해해 준다. 이 관계자는 “아나운서는 ‘준(準) 연예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예인들이 타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을 만날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자신의 일과 생활패턴을 잘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밤새워 일하고 녹화 중에는 몇 시간씩 연락조차 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 하지만 아나운서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연예인들과 교제하면서 부딪히는 부분이 상당부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정준호 이하정 부부. 연합뉴스
때문에 아나운서들에게도 연예인은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게다가 뛰어난 외모를 가진 연예인들과 함께 있으면 유혹에 빠질 확률도 높아진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재력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나운서들은 얼굴이 알려져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치를 때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개된 장소에 나서기가 꺼려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프라이빗한 장소를 자주 찾을 만큼 연봉이 높지도 않다. 따라서 ‘그들만의 공간’을 선호하는 연예인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눈높이 또한 높아진다.
이런 어울림이 화를 부를 때도 있다. 건실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유명한 아나운서 A는 몇 해 전부터 아나테이너로 각광받고 있다. A의 이름값이 높아지면서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연예인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A를 좋게 본 연예인들이 그를 사석에 자주 불러냈다. 이후 A는 몇몇 룸살롱의 단골손님이 됐고 여자 연예인들과도 두루 친분을 과시하며 ‘초심을 잃었다’는 말을 듣고 있다.
반대로 연예인 B는 함께 출연하는 여자 아나운서들과 수차례 염문을 뿌렸다. B의 매너와 세련된 말솜씨에 반한 아나운서들이 호감을 표시하면 B는 거리를 두며 관계를 이어가는 식으로 애를 태웠다. 또 다른 연예인은 자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를 함께 일하는 아나운서를 붙여주면서 호감을 얻곤 한다. 아나운서들도 방송 출연을 위해 협찬을 받지만 전문적인 매니지먼트의 관리를 받는 연예인을 따라갈 순 없다. 때문에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감정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아나운서 킬러’ 그들을 조심하라
신입 여자 아나운서의 경우 방송 투입 전 선배들에게 정신 교육을 받기도 한다. ‘아나운서 킬러’라 불리는 몇몇 연예인과 함께 방송을 하게 될 경우에는 “더욱 조심하라”는 충고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자 아나운서는 “대중에는 공개되지 않더라도 업계 내에서 이런 루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여성 출연자들에게 유독 집적거리기로 유명한 아나운서 C는 기피대상 1호다. 그의 심한 여성편력 때문에 결혼 적령기를 넘긴 지금까지 싱글로 남아 있다는 말이 오갈 정도다. 이 아나운서는 “스캔들이 불거졌을 경우 여자 아나운서가 입는 이미지 타격이 가장 크다. 신뢰감을 줘야 하는 보도 시사 프로그램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때문에 괜한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