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류현진, 커쇼.
커쇼는 20일 현재 1.84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1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라있다. 피안타율(.191) 리그 1위, 탈삼진(110개)과 WHIP(0.97)에서 각각 리그 3위와 5위에 랭크돼있지만 그의 승수는 15경기 동안 고작 5승(4패)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5번의 선발 등판에서 4차례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지만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커쇼가 승수 추가에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팀 타선의 뒷받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커쇼는 규정이닝을 채운 100명의 투수 가운데 98번째로 적은 9이닝 당 2.77점의 득점 지원을 받고 있다. 올 시즌 다저스의 경기 당 득점 3.54점보다도 적은 수치다. 답답한 다저스 타선은 커쇼가 등판하는 날이면 더욱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커쇼의 불운은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다저스의 물 방망이로 인해 승수를 추가하는데 가장 어려움을 겪는 투수 중 하나였다.
류현진 역시 최근 연속된 불운에 울고 있다. 류현진의 9이닝 당 득점 지원은 4.73점으로 결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풍족한 득점 지원이 이뤄진 애리조나전 첫 경기와 마이애미, 밀워키 전을 제외한 나머지 11경기에서의 득점 지원은 3.55점으로 뚝 떨어진다. 지난 양키스전까지 최근 4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3.14점에 불과하며, 더군다나 지난 애틀랜타 전에서는 2사 후 류현진 스스로 적시타를 때려내며 다저스 득점의 시발점 역할을 해내야 했다. 류현진이 2점대 평균자책점과 함께 11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음에도 아직 6승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류현진이 승패 없음과 패전을 기록한 8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3.42로 상당히 준수한 성적이다(승리를 기록한 6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2.18). 8경기 중 6경기가 3자책 이하 경기였으며, 3경기는 1자책으로 막아낸 경기였다. 커쇼에 가려져 있지만 류현진 역시 불운한 투수 가운데 한 명인 것이다.
커쇼와 류현진의 불운에는 답답한 타선 이외에도 불안한 불펜 역시 한 몫 거들고 있다. 4.22의 평균자책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25위에 머물러 있는 다저스 불펜은, 올 시즌 무려 15차례의 블론 세이브(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 투수가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불쇼’를 저지르고 있다. 55%의 세이브 성공률 역시 메이저리그 27위의 저조한 성적이다.
무기력한 타선과 불안불안한 불펜 탓에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이 승수 추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연합뉴스
올 시즌 다저스의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은 3.68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전체 8위의 호성적이다. 하지만 류현진과 커쇼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4.96까지 치솟으며, 이에 다저스 선발진의 총 승수는 17승으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28위에 그치고 있다.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다저스를 제외한 네 팀이 모두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며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다. 후반기 대반격을 위해서는 올스타 휴식기 이전까지 5할 승률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커쇼와 류현진의 반복되는 불운 속에 다저스가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