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찰의 스님을 사칭해 10여 명의 사람들을 속여 수억 원을 받아 챙긴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유명 사찰 스님을 사칭, 음성을 변조해 10여 명의 사람들에게 “천도재를 지내야 한다”고 속여 수억 원을 받아 챙긴 윤 아무개 씨(51)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소아당뇨를 앓는 중학생 자녀를 둔 이 아무개 씨(여·41)는 지난 1월 5일경 대구 동구의 한 마트에서 처음 보는 윤 씨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구의 한 유명한 사찰에서 천도재를 올리면 아이의 당뇨가 곧바로 낫는다는 것.
윤 씨는 “자신의 후배도 천도재로 병이 나았다”며 이 씨에게 후배의 전화번호와 천도재를 직접 올린 스님의 전화번호를 전해줬다.
이 씨는 곧 후배라는 사람과 스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실제로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결국 이 씨는 윤 씨에게 4월까지 총 24회에 걸쳐 6935만 원을 전해줬다. 윤 씨는 이 씨에게 “내 가방에 3억 5000만 원이 들어있다. 천도재를 지내는 동안 돈을 내면 끝난 후 전부 돌려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윤 씨는 돈을 받고 잠적했다.
알고 보니 이 씨가 통화한 후배와 스님은 모두 윤 씨가 휴대전화 음성변조 기술을 이용해 직접 통화하며 연기한 것이었다. 정작 윤 씨가 말한 스님은 해당 사찰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윤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대구 동구 팔공산 일대 주민 10명에게서 3억 9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씨는 피해자나 그 가족이 앓고 있는 병명을 알기 위해 단골 마트 주인을 찾아가 친분을 쌓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