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한 영화 <닥터>의 한 장면.
가장 보편화된 것은 보톡스나 필러 등의 주사를 통한 ‘쁘띠(불어로 ‘귀엽고 작은’이라는 뜻) 성형’이다. 보톡스 시술은 보툴리늄이라는 세균에서 만들어진 독소를 치료를 원하는 부위에 주사해 일정기간 근육을 마비시킴으로써 표정 주름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들은 이를 통해 사각턱을 갸름하게 해주는 효과를 주거나 이마, 눈가, 미간, 콧등, 팔자주름 등 안면 주름을 펴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필러 주사는 인공 물질이나 미세 지방을 눈밑 애교살, 이마, 볼, 턱 등 원하는 부위에 주사해 수술 없이도 볼륨감을 채워주거나 교정을 하는 효과를 준다. 푹 꺼진 이마가 콤플렉스였던 김 아무개 씨(여·30)도 정기적으로 필러주사를 맞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다. 김 씨는 “보형물을 삽입하기엔 부작용도 우려되고 아무래도 티가 날 것 같아 망설여졌다. 하지만 필러는 주사 몇 번으로 볼록한 이마를 가질 수 있어 좋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난 성형수술 하지 않았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 필러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성형수술을 반대하는 남성들도 쁘띠 성형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40대 중반의 김 아무개 씨는 “1년 전부터 눈가 주름을 없애기 위해 보톡스를 맞고 있다. 평소 아내와 딸들에게 절대 성형수술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보톡스는 고통이 적고 시술이 간단해 거부감이 별로 없다”며 “이젠 아내와 나란히 보톡스를 맞으러 다닌다. 훨씬 젊어진 얼굴이 내 삶의 활력소”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간단한 쁘띠 성형이라도 부작용은 있다.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정 아무개 씨(27)는 친구의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주말에 보톡스를 맞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주말이 끝나고 학교에 출근을 해야 하는데 볼에 붓기가 빠지지 않았던 것. 입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았다. 정 씨는 “교무실에 앉아있는데 내 어색한 얼굴을 바라보는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생들이었다. 요즘은 학생들도 시술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내 상태를 단번에 알아보고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동안 별명까지 생겨 시달려야 했다”고 씁쓸한 웃음을 남겼다.
요즘은 한방에서도 뷰티 관련 진료가 인기다. 이상민 인턴기자
성형수술 열풍은 양의학에서만 불고 있는 게 아니다. 최근에는 한방에서도 ‘성형’을 내걸고 시술하는 곳이 적지 않다. 대체로 한방 성형의 경우 수술에 대한 위험이 적고, 회복이 빠른 침을 이용한 ‘매선요법’이라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매선요법은 피하에 있는 경혈자리에 특수 고안한 약실을 넣어 피부 아래 조직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을 생성해 피부의 재생을 돕고 탄력을 준다. 즉 얼굴에 실을 넣어 자극을 주는 방식인 것. 이는 성형외과의 리프팅 시술과 비슷한 효과를 주는데, 모공을 줄여주고 늘어진 근육을 당겨 잔주름과 처진 볼살도 제거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매선요법은 피부의 셀룰라이트를 분해해 다이어트를 비롯한 체형교정에도 효과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이에 환자들은 얼굴뿐만 아니라 종아리, 팔 등 각종 부위에 실을 넣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가슴확대에도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다.
종아리 알 축소를 위해 한의원을 찾았던 송 아무개 씨(여·32)는 “총 4차례 시술을 받았는데 일시적으로 종아리 축소효과를 봤다. 종아리에 넣은 실은 자연스럽게 녹아 내려 뺄 필요도 없고 겉으로 봤을 땐 아무런 티가 나지 않아 편했다”면서도 “다만 한의원에서 처음 말했던 것과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한의학 자체에서도 이러한 시술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매선요법은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데 숙련되지 않은 한의사가 돈을 벌 목적으로 무리하게 시술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의원 원장은 “요즘은 한방병원에서도 뷰티 관련 진료를 내걸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아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매선요법 등 한방 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그러나 갑작스레 성형에 뛰어든 한의사들도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춘 의사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주름 펴자 영업 실적 ‘쑥’
자동차 영업직에서 일하는 최 아무개 씨(47)도 요즘 주기적으로 성형외과를 찾는다.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성형외과 대기실에 앉아있을 때마다 쑥스럽고 민망한 감정은 사라지질 않았다. 그가 처음 성형외과를 찾아 보톡스를 맞은 건 지난 2011년 초부터였다. 최 씨는 “젊었을 때부터 얼굴에 주름이 많은 편이라 나이 들고 주름이 늘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 후배가 보톡스를 맞아보라고 권유했다. 처음엔 남자가 무슨 성형을 하냐고 질색했다.
후배는 요즘 보톡스는 성형 축에도 못 낀다며 간단하다고 설득했다. 나 역시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상 좋은 인상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 시술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표정도 어색하고 생소한 모습에 나조차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이 자연스러워지자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상이 너무 좋아졌다고 호감을 나타냈다. 실적도 더 좋아진 느낌이라 이후 주기적으로 보톡스를 시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사인펜으로 아이라인을… 초딩들의 위험한 멋내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위험한 화장법 ‘컴싸아라’가 유행하고 있다.
병원을 찾아 얼굴에 칼을 대지 않고, 보톡스·필러 등의 주사를 맞지 않아도 스스로 성형의 효과를 내는 이들도 있다. 화장술을 이용해서다. ‘화장성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발달한 화장‘술’은 거의 마술과도 같이 여성들을 화장 전 민낯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들을 돌아다녀 봐도 여성들이 화장이 진행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화장 전후를 비교해놓은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보면 정말 같은 인물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화장 전후 차이가 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여성 뷰티 관련 카페에서는 지난 5월 ‘제1회 화장성형짱선발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화장 전후를 비교한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 화장 전후 차이가 크고 화장 후의 모습이 보다 예쁜 사람을 뽑는 행사였다.
서울 강남의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화장품의 종류와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성형을 하지 않고 화장으로도 충분히 색다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며 “요즘은 인터넷 등을 통해 화장술이 많이 공개되면서 일반인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 많았다는 김 아무개 씨(23)도 지금은 전문가급 화장 실력으로 외모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까무잡잡한 피부가 고민이었다. 눈도 처지고 코도 낮았다. 눈과 코 성형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절대 안 된다고 반대를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용돈을 모아 화장품을 사고, 인터넷을 통해 화장법을 배웠다. 쉬는 시간마다 다양한 기법의 화장을 해보며 화장술을 익혀나갔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박 아무개 씨(29)는 “요즘 학교 교실 구석에서 친구들과 모여 화장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며 “학생들 하교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풀메이크업을 끝낸 상태라 이들이 고등학생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이렇게 성형화장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화장만으로도 간단히 외모를 꾸밀 수 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마저도 화장을 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어린 나이부터 화장을 시작하게 되면 피부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등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앞서의 김 씨도 “어릴 적부터 진한 화장을 해서인지 잡티도 생기고 피부가 많이 상했다. 요즘은 화장으로 피부 상태를 가리지 않으면 어디를 돌아다니지도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돈이 없고 화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이 건강을 해치는 위험한 화장법을 행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일명 ‘컴싸아라’다. 컴싸아라는 컴퓨터 사인펜 아이라이너를 지칭하는 말로, 학생들은 컴퓨터 사인펜을 이용해 눈가에 아이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그들은 사인펜이 가격도 저렴하고 터치도 간편해 빠른 화장이 가능해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부과 의사들은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아이라인을 그리면 눈 점막에 자극을 줄 수도 있고,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며 절대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