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눈이·분필 콧대·소시지 입술… ‘의란성 쌍둥이’ 수두룩
강남 한복판에서 한번쯤 겪어봄직한 이런 요상한 체험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면서 허탈한 깨달음과 함께 비로소 끝이 났다. 계단의 양쪽 벽을 가득 채운 성형외과 광고판들을 보는 순간 닮은 꼴 여성들의 정체가 드러난 것. 광고사진 속 여성들의 성형 후 모습들은 신기하리만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른바 ‘강남성괴’라 불리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성괴란 성형수술로 인해 부자연스러운 얼굴을 가지게 된 이들을 일컫는 말로 성형괴물의 줄임말이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 때문에 공장에서 찍어낸 듯 닮은 얼굴을 가진 이들도 성괴라 불리기도 한다. 또한 주로 성형외과가 밀집된 강남에서 많이 볼 수 있다는 뜻에서 ‘강남성괴’라는 단어도 탄생했다. ‘의란성 쌍둥이’라는 말도 여기서 파생됐는데 태어날 때 얼굴은 각자 달랐으나 의사의 손길을 거쳐 쌍둥이처럼 똑 닮은 모습을 가지게 됐다는 의미다.
강남성괴라 불리는 이들의 얼굴은 나름 특징이 있다.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눈과 짙은 쌍꺼풀은 기본이고 그 아래 과도한 애교살이 눈길을 끈다. 분필을 심어놓은 듯 우뚝 솟아있는 콧대와 소시지 같은 통통한 입술, 귀 바로 아래서부터 뚝 떨어지는 날렵한 턱선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곧 터질듯 부풀어 오른 이마와 물방울 모양의 가슴까지 갖추면 완벽하다.
10여 년간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해온 한 의사는 “내가 봐도 길거리 여성들의 모습이 너무 비슷하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가 없다. 다들 커다란 눈, 오뚝한 코, 계란형 얼굴을 원하니 결과적으론 비슷한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게다가 더 예뻐지려고 수술을 반복하다보면 결국엔 부자연스러운 얼굴이 된다. 최근 ‘자연미인’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남 성괴’는 ‘룸살롱 성괴’로도 불리기도 한다. 강남에는 성형외과만큼이나 유흥업소도 넘쳐난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 대부분도 성형수술을 받는데 그 결과 틀에 찍은 듯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 ‘룸살롱 성괴’다.
처음 유흥업소를 찾았다 충격을 받았다는 박 아무개 씨(28)는 “10여 명의 여성들이 초이스를 받기 위해 쭉 서있었는데 사실 누가 누군지 전혀 구분이 안 되더라. 더욱이 어두운 조명 아래 짙은 화장까지 하고 있으니 다 똑같은 얼굴로 보였다. 그런 여성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룸 성괴’라는 말이 어떤 것을 말하는지 확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얼굴’이라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지만 업소여성들에게는 성형이 필수가 됐다.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초이스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예뻐지려는 욕심에 너도나도 성형을 받는 것. 대체로 업소에서 선불금을 받아 성형수술을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사채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업소나 사채업자에게서 돈을 받을 경우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똑같은 얼굴이 되는 것이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지정된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초이스를 받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업소여성들은 성형외과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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