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증축 사업을 두고 동부·대림건설의 경쟁이 뜨겁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지난 4월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을 증축하기로 결정했다. 증축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5층, 연면적 5500㎡ 규모로 기존의 예술동과 똑같은 모습으로 세워질 계획이다. 이번 공사로 1987년 증축 과정에서 예산 부족으로 미완의 반쪽짜리 건물이 된 예술동이 설계자인 엄덕문 씨가 애초 구상한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축되는 건물의 지하 1, 2층에는 <난타>와 비보이 공연을 할 수 있는 300석 규모의 소극장이 들어선다. 지상 1, 2층에는 약 400석 규모의 이벤트홀이 마련되고 이 공간은 내부 기둥을 벽면화해 전체적으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설계된다. 서울시가 밝힌 총 사업비는 382억 원으로 이번 공사로 세종문화회관은 명실상부한 ‘문화·예술 1번지’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술동 증축과 함께 지하주차장을 전시관 및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으로 리모델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극장의 음향시설도 대폭 개선해 세계적인 대극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번 증축 공사에 세종문화회관과 인연이 깊은 두 건설사가 자존심을 건 출사표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세종문화회관을 짓고, 동부건설은 지난 2002년 리모델링공사를 맡으면서 인연을 맺게 됐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50%를 출자해 각각 25%씩 지분참여를 한 대우자동차판매, 동아건설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동부건설은 80%를 출자해 20% 지분을 투자한 진흥기업과 손을 잡았다.
‘원조’를 내세우는 대림산업은 국내 최초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세종문화회관을 1973년에 짓기 시작해 5년 후인 1978년 8월에 준공했다. 당시 세종문화회관은 연면적 5만 3202㎡ 규모에 사업비만 98억 원이나 든 국책사업으로 대림은 회관 신축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해 시공했다. 신축공사에 이어 1987년도에는 회관 증축공사를 맡았고 2006년에는 소극장 리모델링 공사를 담당하며 관계를 계속 유지했다.
이처럼 대림은 세종문화회관의 탄생부터 깊은 인연을 맺고 있어 이번 공사 수주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직접 지은 주체로서 전체 건물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시공 연속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림산업은 2008년 종합시공능력평가 5위로 지난해 매출은 5조 5922억 원, 영업이익은 3893억 원이다.
▲ 새롭게 단장될 세종문화회관 조감도. | ||
대림산업과 대적하는 동부건설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동부건설은 종합시공능력평가 18위로 지난해 2조 3492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10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02년 말 세종문화회관 최초의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어 이번 증축 공사 입찰 결과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당시 세종문화회관은 국내 유일의 복합문화 다목적공간으로서 문화공연뿐만 아니라 국경일 기념식 같은 정부행사도 도맡아 치렀다. 그러다보니 문화·예술계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순수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는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낙후된 조명과 음향시설 무대 객석 등을 전면 교체해 국제적인 순수 예술 공연장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계설비 통신·방송설비 소방설비 무대음향 조명 마루 등을 중점적으로 공사해 역사적 의미를 가진 석조 외관을 제외하고 내부는 최첨단 시설로 새 단장을 한 것이다.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당시 시공 실적 100억 원 이상 상위 1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입찰에서 가장 적은 금액인 132억 3300만 원을 써낸 동부건설이 낙찰을 받았다. 동부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을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리모델링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우수 인력을 배치해 만반의 준비를 해 따낸 결과였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에 계속 역량을 강화한 만큼 이 분야에서의 노하우는 다른 업계에서도 쉽게 넘보지 못할 수준”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대림산업이 세종문화회관을 건설한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우리는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어 이번 예술동 증축 공사를 따내면 과거 리모델링의 연장선상에서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결국엔 가격이나 기술력 등에서 세종문화회관이 원하는 기준에 맞는 업체가 선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