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선 구광모 씨의 복직을 후계수업 본격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껏 그룹 측의 공식 언급은 없었지만 구광모 씨는 고 구인회 창업주-구자경 명예회장-구본무 현 회장으로 이어진 장자승계구도를 4대째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아직 경험도 없는 데다 대중에 노출된 적도 없는 구광모 씨가 지난 9월 중견기업 보락의 정기련 대표 맏딸 정효정 씨와 결혼식을 올린 것이 화제를 끈 것도 그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경영수업에 돌입한 구광모 씨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도 여러 말들이 나돌고 있다. 조만간 해외부서로 발령받아 다시 출국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으며 내년 초 정기인사에서 몇 계단 승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돈다. 이와 관련, LG전자 측은 “(구광모 씨) 향후 일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구광모 씨가 현재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LG전자 측은 “교육 중”이란 얘기 외엔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에 출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려주기 어렵다”고만 밝히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복수의 재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구광모 씨가 지방도시에 위치한 LG그룹 계열 공장들에 나타난 것이 목격됐다고 한다. LG전자 공장뿐만 아니라 다른 핵심 계열사 공장에까지 구광모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서울 사옥보다는 주로 지방에 위치한 계열사 공장들을 돌면서 일종의 ‘현장학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씨의 지방 공장 방문과 관련해서도 LG전자 측은 “(구광모 씨의) 자세한 동선까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구광모 | ||
LG그룹 과장급 직원들의 인사는 내년 3월 중 발표될 예정이라 이때 구광모 씨가 어떤 보직이나 직급을 받게 될지도 관심을 끈다. LG그룹 안팎에선 다른 재벌가에서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승진 인사는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나 친동생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아직 한창 경영일선을 누비고 있는 만큼 경험이 일천한 구광모 씨의 역량을 바닥부터 천천히 다지려 할 것이란 관측이 대세를 이룬다. 삼성의 이재용 전무나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같은 인사들과 비교하긴 아직 무리라는 것이다.
구광모 씨는 그룹 지주사 ㈜LG 지분 4.67%를 보유한 4대주주다. 지난 2004년 구 회장의 양자가 된 이래 빠른 속도로 지분율을 늘려왔지만 지난 3월 이후로 추가 지분 매입은 없는 상태. 지배구조상 구광모 씨 위로는 ㈜LG 지분 10.68%를 보유한 최대주주 구본무 회장과 7.58%의 구본준 부회장, 그리고 구광모 씨 친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01%)이 있다. LG그룹 안팎에선 구광모 씨가 경험을 충분히 쌓아서 그룹경영 중앙무대에 서게 될 날이 구본준 부회장 지분율에 근접하게 될 시점과 비슷하게 찾아올 것이라 보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