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만 김가네김밥 회장은 쇼윈도형 인테리어와 차별화된 속 재료를 개발해 매출을 4배 이상 끌어 올렸다. 중국에도 3개의 가맹점이 성업 중이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프랜차이즈 사업은 본사 가맹점 고객, 세 구성요소가 김밥 말듯 잘 어우러져야만 성공이 가능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경쟁력 있는 맛과 안정적인 물류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요.”
올해 창립 15년을 맞는 ㈜김가네 김용만 회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털어놨다. 창업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등장해 5년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운영자가 숲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그런 것이라고.
현재 ㈜김가네는 김가네김밥(분식점) 345개, 쭈가네(주꾸미전문점) 11개, 보족애(보쌈·족발전문점) 2개 등 전국에 35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소위 잘나갈 때 무분별하게 가맹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물류와 관리에 꾸준히 힘을 쏟은 것이 결과적으로 득이 됐다고 말한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후 아무리 가맹점 신청자가 많아도 일주일에 2~3개를 초과해 점포를 개설하지 않는 원칙은 지금도 꾸준히 지키고 있단다.
그가 김밥을 새롭게 발견한 것은 1994년. 그가 운영하던 서울 대학로 50㎡(15평) 규모의 작은 분식점은 사실 수제 왕만두로 유명했었다. 수제 왕만두는 소문이 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실속은 없었다. 영업이 끝난 뒤 아내와 함께 새벽까지 작업해야 했고, 만들어낼 수 있는 수량도 많지 않았던 것. 좀 더 효율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김밥을 차별화하기로 했다. 당시 대부분의 분식점에서는 김밥을 주방에서 미리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었고 속 재료도 서너 가지밖에 되지 않아 고객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것에 주목한 것.
그는 속 재료를 8~9가지로 늘리고 쇼윈도형 인테리어로 김밥 제조 공간을 입구 쪽에 마련했다. 푸짐한 속 재료와 멸치김밥, 멸추(멸치+고추)김밥 등 지금껏 보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김밥을, 고객이 주문을 하는 즉시 만들어 제공하는 독특한 시스템에 소비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밥을 만드는 과정과 다양한 재료가 매장 안에서 시각과 미각을 만족시켰다면 쇼윈도 안에서 금방 한 밥에 참기름, 깨소금 등을 넣어 버무리는 과정은 환풍기를 통해 외부로 흘러나가 후각을 자극, 손님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죠.”
손님들이 가게 밖으로 줄을 길게 늘어서는 것은 물론, 하루 40만~50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 역시 4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3년 뒤에는 바로 옆 20㎡(6평) 규모의 비디오가게 자리까지 점포를 넓혔고, 6개의 분점(직영)을 내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단골 고객이던 한 퇴직자가 가맹점을 내고 싶다고 요청한 것. 김 회장은 이를 받아들여 서울 노원구에 가맹 1호점을 개설했다. 직후 예비창업자들의 가맹점 개설 문의가 쇄도했다. 이에 그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33㎡(10평) 남짓한 사무실을 마련, 법인(㈜김가네)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자들이 몰렸지만 그는 일주일에 2∼3개 점포 개설만을 고집했다. 가맹점을 빨리 내달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는 완고했다.
“전 재산을 투자해 시작하는 사업인데 대충해서 실패하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반문했죠. 기다리는 동안 서비스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라고 권했습니다.”
느리지만 원칙을 지키는 경영에 창업자들의 신뢰는 높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로 창업시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외식비를 줄여 김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월 평균 12개 가맹점을 개설하는 등 그에게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됐단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복병이 등장했다. 경제위기 이후 가벼워진 주머니를 겨냥 ‘1000원 김밥’이 득세를 하기 시작한 것. 고품질을 유지하며 가격을 내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비싼 김밥집이라는 인식을 가져와 가맹점 개설까지 주춤해졌다.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맛과 품질을 중요시하는 고객은 언젠가는 결국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맹점주들을 독려하고 안정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시간이 지나자 그가 예상했던 대로 가격 때문에 이탈했던 손님들이 하나둘 다시 돌아왔고, 가맹점주들도 안정을 되찾았다.
김 회장의 ‘뚝심경영’으로 ㈜김가네의 지난해 매출은 180억 원을 기록했고, 중국 베이징에도 3개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베이징 점포들은 각각 일평균 15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단다.
지금은 대부분의 분식점이 김가네의 운영방식을 따라하는 상황. 이에 김 회장은 선두 업체로서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 물류공급과 교육 등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서울 광진구 구의동 본사 물류센터에서 모든 식자재를 매일 아침 가맹점에 직접 공급하고, 차량 1대당 영업직원과 슈퍼바이저(Supervisor·감독관), 교육 강사 등 세 명을 한 조로 만들어 가맹점주의 편의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것.
김 회장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소신으로 가맹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랑이의 매서운 눈으로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되 느릿느릿 묵묵하게 소의 걸음으로 나아가겠다는 것.
현재 그는 한국프랜차이즈협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프랜차이즈협회) 총회에서 2010년 총회 및 세계프랜차이즈연맹(WFC) 이사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김 회장은 이를 통해 ㈜김가네 브랜드는 물론, 경쟁력 있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