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상공인 창업박람회 지난 10월 30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울특별시 소상공인 창업박람회’를 찾은 시민이 도시락업체에 관한 창업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
2009년 창업시장은 상반기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에 ‘잔뜩 흐림’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하반기에는 다소 반등에 성공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고기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프랜차이즈 대표는 “올해는 상반기부터 가맹점 개설이 뜸할 정도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라며 “직영점 운영을 통해 간신히 적자는 모면했지만 도산한 프랜차이즈 업체도 많았다. 하반기 들어서는 가맹점 개설 문의가 서서히 들어와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2009년 창업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업종은 무엇일까. 우선 신종플루라는 새로운 악재가 창업시장을 덮치면서 외식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신종플루가 가장 기승을 부렸던 올해 3분기 일반 외식업과 주점업은 각각 -10.1%, -8.5% 정도의 매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외식업은 점심, 저녁 등 특정시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향이 컸기에 여러 사람이 같은 식기를 쓴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 또한 어린이들이 몰리는 학원 프랜차이즈 역시 업계 추산 평균 20~30%의 매출 하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정보 전문 점포라인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PC방과 제과점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통적인 점포 거래 시즌인 3월 들어 반짝 특수를 누렸던 점포거래 시장은 이후 6개월간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된 업종의 점포가 시장에 대거 매물로 쏟아진 것.
그 중 시장에 가장 많이 나온 매물은 PC방이었다. 2009년 매물로 등록된 PC방은 모두 8291개로 2008년 대비 3852개나 많았다. 한식점이 2008년 대비 91개 감소한 2023개의 매물로 그 뒤를 이었고 제과점이 1516개, 헬스클럽과 고깃집이 각각 1415개의 매물수를 기록했다.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모두 574개의 매물이 등록된 스크린골프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크린골프장은 지난해 37개 매물이 나오는 데 그쳤지만 올해 들어 매물이 무더기로 쏟아지며 무려 1451%나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제과점 헬스클럽 등은 매물이 늘어난 가운데서도 평균 매매가가 오른 업종. 제과점은 2~3분기 내내 이어진 시세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24.60%(5562만 원) 오른 2억 8169만 원의 평균 매매가를 기록했고, 헬스클럽은 2억 2084만 원으로 전년 대비 17.11%(3227만 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SSM(기업형 슈퍼마켓) 역시 2009년 창업시장의 핫이슈였다. 대기업들이 SSM에 본격 진출하면서 슈퍼마켓과 재래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 정부는 기존 상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들을 마련하고 SSM 출점시 사전조정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편의점은 불황의 영향이 없다는 인식하에 안정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편의점의 거래가도 1년 사이 1500만 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라인에 따르면 등록된 편의점 매물 392개의 평균 매매가는 1억 2170만~1억 3640만 원으로 12.08%(1470만 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 보증금과 권리금 역시 올랐다. 보증금은 2008년 4886만 원에서 2009년 5440만 원으로 11.34%(554만 원), 권리금은 7284만 원에서 8199만 원으로 12.56%(915만 원) 각각 상승했다.
편의점의 월 평균 매출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1년간 편의점 월평균 매출액은 3005만 원에서 3717만 원으로 23.69%(712만 원) 상승했다. 편의점 본사와 점주 간 수익 분배율이 통상 3 대 7인 점과 마진율을 감안하면 점주 순익이 월 200만 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정대홍 점포라인 과장은 “편의점이 안정적인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모든 편의점이 안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수하기 전 매출이나 마진에 대한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쌀 관련 업종도 모처럼의 햇살을 만끽했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 쌀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16만 톤에 달하는 쌀 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소비 진작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국내산 쌀 소비 증진을 위한 각종 방안이 모색된 것. 이에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은 설렁탕 업소와 프랜차이즈 국수전문점, 김밥전문점, 막걸리를 취급하는 주점, 쌀빵 쌀두부 등 쌀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유기농식품판매점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 창업시장에선 심화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중소기업, 대기업, 부유층 전문직 등 자금력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들은 지속적으로 점포수를 늘려 여러 개의 점포를 기업형으로 운영, 소자본 창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메가 프랜차이지(Mega Franchisee), 즉 성공한 점주가 가맹점을 적게는 두세 개 많게는 수십 개씩 운영하는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폐업과 전업을 거듭하고 있지만 성공한 기업형 창업자의 경우 연간 수십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경우 창업시장에서 소자본 창업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독특한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