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권 주자 1위로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권 일부 인사들이 조금씩 자기 발언을 하면서 김 의원을 추격하는 모습이다. 일요신문 DB
지난 4월 부산 영도 재선거로 국회로 돌아온 김무성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권 주자 1위로 앞서 달리고 있다. 그의 입에서 당권의 ‘당’자라도 나왔으면 모를까, 주위에서 알아서 기는 형국이어서 그 영향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불길이 활활 타오른 지금의 NLL 정국에서, 대선 때 남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 읽어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이 언론에 유출돼 ‘불법 유출 범죄 용의자’라는 비판은 큰 상처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그의 대항마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여권 일부 인사들이 조금씩 자기 발언을 하면서 김 의원을 추격하려는 모습이다.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묻은 발언을 국지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 둘 다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 경선 예비주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으로선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 의원은 최근 당 회의에서 국정원의 국내정치 부서 해체를 주장하면서 “국정원이 음지에서 민주주의를 망쳤다”고 했고, 정 의원은 “우리 국회에서 초당적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적 추문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이 두 의원이 기회를 보고 있다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국정원 개혁 전도사로 나서 ‘살아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관측했다. 반면 다른 해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학생운동 시절 국정원(중앙정보부)에 끌려간 적이 있는 이 의원으로선 국정원이 원수 같은 곳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에서 왕의 남자로 회자한 그가 굳이 박근혜 정부 초반 당권까지 잡으려 피를 묻히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더 이상 고강도 발언은 없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정 의원에 대한 해석은 좀 다르다.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마당이어서 정 의원이 국정원 개혁으로 선수를 두려는 의도로도 읽힌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선을 향한 장기적 포석일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친박 골수 세력들과 차별화하는 것이 그가 살길이라면 이번 개혁 카드는 꽤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분석이다.
왼쪽부터 정몽준 의원, 유승민 의원.
충청권의 맹주로 회자하는 이완구, 정우택 의원도 당권 주자로 꼽힌다. 수도권의 절반, 영남권 제패보다 충청권의 선전이 목마른 새누리당으로선 충청 표심을 얼마나 낚느냐가 제1여당을 유지하면서 차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행정가로서의 길을 접고, 당으로 돌아오는 시나리오도 들린다. 원외에 있어서는 그의 대망론이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또한 남경필, 정병국 의원이 거론된다. 하지만 최고위원 정도이지 당 대표감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조기 전대’ 자체가 물리적으로 가능할 것이냐는 데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국정원 국정조사 기간은 45일. 7월 2일 시작됐으니 8월 중순쯤 끝이 나게 된다. 하지만 국조특위와 별도로 이해당사자의 각종 고소·고발전 양상이 이어지고, 청문회나 검찰 특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의 NLL 공방에서 민주당은 상대를 새누리당에서 청와대로 점차 옮길 가능성이 크다. 확전 양상으로 비화해야지, 계속해서 서로 치고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이 같은 경기를 계속 반복해서 보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의 말은 이렇다. 요지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지도부를 바꾸는 일은 큰 부담이란 지적이다.
“8월 중순 국조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끝났다고 할 수 있는가. 해석의 문제를 두고 곁가지를 계속 붙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 바로 영토 문제다. 그러다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9월 중순 추석이 되면 추석 민심 운운하며 공방을 이어가게 된다. 10월에 재보선이 있으니 그 사이에 전대를 치르는 것은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현 새누리당은 ‘김무성 방어막’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비공개회의에서지만 정치적 무용담을 참지 못해 회담록 사전 입수 용의자로 자백하면서 경솔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닥공’하던 새누리당의 NLL 국면이 그의 발언으로 주도권을 뺏긴 셈이다. 하지만 김 의원만큼 계파 없이 스킨십이 능한 여권 인사가 없다. 무엇보다 지금은 박근혜 사람이 아니라는 이미지가 더 크기 때문에 박근혜 친정체제라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황우여 셔터’를 내리고 ‘김무성 셔터’를 올려야 새누리당의 내부 결집이 더 견고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