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전 회장의 이임식을 마친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동근 상근부회장 체제로 전환하고 후임 회장 선출 작업에 들어갔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이런 상황에서 후임 회장의 선출은 대한상의의 역할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는 양상이 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대한상의의 목소리 높이기를 주문하는 쪽은 젊고 개혁적 인물을, 정부 측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쪽은 안정적 조직운영에 중점을 둘 인물을 선호하는 것이다.
대한상의 회장은 의원총회에서 선임한다. 의원총회는 지방상공회의소 회장인 대의원과 업종·단체 대표인 특별의원 35명 등 106명으로 구성된다. 회장은 재적의원 과반이 참석한 총회에서 호선한 뒤 과반수가 동의하면 확정된다. 합의 추대가 이뤄지지 않아 복수가 경합을 벌일 경우 경선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서울상의 회장을 뽑는 절차가 먼저 진행된다. 여기서 선출된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에 추천돼 합의 추대되는 절차를 밟는다. 서울상의의 회장 선출이 사실상 대한상의 수장을 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상의의 한 관계자는 “여름휴가 등을 고려하면 오는 8월 중순쯤 서울상의에서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상의의 회장은 부회장 중에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25일 개편에 따라 현재 서울상의 부회장을 맡은 기업인은 16명이다. 강덕수 STX팬오션 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김원 삼양홀딩스 부회장,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심경섭 한화 사장, 박용만 두산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신박제 엔엑스피반도체 회장,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그들이다.
이중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가 회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역대 회장 중에도 전문경영인은 단 한 명뿐이었다. 또 다른 대한상의 관계자는 “자신의 기업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인물이 대한상의 회장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면서 “그래야만 전체 기업들 사이에 중심을 잡으면서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용만 회장 , 김원 부회장.
다만, 박 회장이 선출될 경우 두산가에서 네 번째 대한상의 회장을 배출하는 셈이어서 “너무 쏠리는 것 아니냐”며 빈축을 살 수 있는 게 걸린다. 두산그룹 창업주인 박두병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을 역임했고,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도 손 전 회장에 앞서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다. 아울러 전문경영인이었던 정수창 전 두산 회장까지 포함하면 두산에서만 3명의 대한상의 회장을 배출했다. 전체 조직의 역량을 고르게 안배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또 다시 두산 쪽으로 무게추가 옮아가는 것은 적잖이 부담스런 일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반 기업정서가 팽배해지는 점을 고려해 도덕적으로 모범적인 기업인이 회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량감이 있으면서도, 신망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대한상의와 관련된 일에 적극적이었던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이나 부친(김상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역임한 김원 삼양홀딩스 부회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배경이다.
조만간 서울상의 부회장단의 비공식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대한상의의 쇄신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박웅채 언론인
50개 감투 ‘보너스’…CEO들 군침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다. 하지만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자리다. 대한상의 회장이 되면 갖가지 감투가 따라온다. 한중민간경제협회장, 세제발전심의위원장, 환경보전협회장,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 이사장 등 무려 50개 안팎의 다른 직함이 주어진다. 신망뿐만 아니라 학식과 소양도 필수적인 것이다. 여기에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 중 중심 역할을 하면서 정치권과 관가와의 교류를 통해 중요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해외 사업을 벌이며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데도 대한상의 회장의 직함은 매우 유용하다. 상공회의소(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는 전 세계에서 지역별, 국가별로 공동체를 구축, 교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외 방문 때 대한상공회의소(KCCI)의 회장 명함은 대외적인 공신력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손경식 전 회장도 “최근 들어 대한상의가 외국과 교류가 잦아지며 국제화되고 있는 덕에 국제관계에 앞장서야 하는 임무도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박웅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