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항간에는 이 부사장이 다른 재벌가 인사처럼 체육계 활동을 통한 국위선양으로 존경받는 기업인 반열에 오르려 할 것이란 관측이 퍼지기도 한다. 많은 재벌가 오너 경영인들이 국내·외 체육단체 활동을 펼치면서 사회적 입지를 넓혀온 까닭에서다. 무엇보다 이 부사장의 부친 이건희 전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장을 지냈고 재임 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당선됐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IOC 위원을 거쳐 현재 대한체육회 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08년 말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2008년부터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맡아왔다. 이들 오너 경영인들은 대한체육회 이사까지 겸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이사진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제법 큰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21>은 지난 1월 8일자에 실린 ‘재벌과 정치의 끈적한 고리, 스포츠’ 제하의 기사에서 “스포츠평론가 정윤수 씨는 ‘이재용 부사장은 야구를 좋아하는데 그룹 참모들이 야구는 글로벌 스포츠가 아니라서 축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대한축구협회장 자리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축구협회장이 되면 이를 발판으로 이건희 전 회장에 이어 IOC 위원까지 노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이건희 전 회장의 지난 연말 단독 사면·복권 명분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이었다.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이 전 회장의 올림픽 유치활동이 아들인 이 부사장과 해외 스포츠 명망가들 간의 우호 증진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온다. 이 부사장은 이미 지난 2004년 이 전 회장과 함께 올림픽이 열리는 아테네를 방문해 국제스포츠계에 얼굴을 알린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선 이 부사장과 대한빙상연맹을 관련짓는 시각도 늘고 있다. 현 박성인 빙상연맹 회장은 삼성스포츠단 단장 출신으로 현재도 삼성스포츠단 고문을 겸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번 밴쿠버올림픽 선수단장에 임명된 상태다. 빙상연맹 행정에 ‘삼성맨’들이 관여하고 있다 보니 1997년부터 연맹을 맡아온 박 회장의 후임으로 이 부사장이 올라설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측에 삼성 측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못을 박는다. 현재 부사장급인 이 부사장이 재벌그룹 회장·부회장들이 맡고 있는 체육단체장에 진출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와 체육계 인사들은 현재 국내 유일한 IOC 위원인 이건희 전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위원직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에 대비해 이 부사장을 체육계 거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