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무성 의원, 최경환 원내대표, 유승민 국방위원장.
현새누리당에서 가장 큰 계파는 ‘김무성계’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비박과 친이 인사 두루 그의 우산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의원은 ‘친박색’을 띠고 있지만 그 바탕색은 아주 옅어진 상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당 대표감이면서도 대권후보 가능성까지 있는 김 의원에게 자신의 미래를 의탁하려는 세력, 떠오르는 태양 아래 해바라기가 되려는 의원들이 김무성의 거미줄에 걸려들고 있다. 김 의원의 대선 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입수 파문이 금세 사그라진 것도 이들의 전방위 언론 로비가 있었던 덕이란 이야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 의원이 의원회관이나 각종 행사장에 행차(?)할 때마다 당 소속 의원이나 당직자가 병풍 역할을 해주는 것도 일종의 힘의 과시이며, ‘나에게 오라’는 암시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무성계가 현재 암중비약(暗中飛躍·남들 모르게 열심히 뛰고 있다)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세력이 크지도 않지만 ‘친박 중의 친박’인 최경환 원내대표의 직계라인도 있다. 현 새누리당 고위당직자 일부와 ‘2기 원내대표단’이 그들이다.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는 홍지만 원내대변인과 대구 출신인 강은희 원내대변인(비례), 초선 중에서는 윤재옥 이완영 의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획·법률 쪽의 이헌승 김진태 의원, 의사 담당 이채익 이우현 의원, 대외협력 담당 류지영 김한표 의원, 여성 분야 류지영 문정림 의원 등도 거론된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도 최 원내대표 라인으로 분류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19대 총선 공천에서 알게 모르게 크든 작든 최 원내대표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로, 최 원내대표가 믿고 일을 맡긴 중소형 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최경환 키즈(Kids)’가 있다고도 한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이기도 한 최 원내대표가 정치권 밖의 일을 할 때에도 옆에서 돕고 있는 초선 의원들이 10명 내외로 있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김성태 의원, 김용태 의원.
대부분 초선인데 길정우 김종훈 김회선 심윤조 강은희 민병주 손인춘 이상일 신의진 조명철 주영순 이에리사 이자스민 의원 등도 거론된다. 이들의 구심점은 중간 보스가 아니라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란 점에서 언제든지 ‘누구의 사람’으로 옮겨 갈 수 있으며, 그렇더라도 정책이나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초선 중 중량감이 큰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평가다.
친박이지만 지금은 2선으로 물러선 인사들도 암중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인물은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 경북고 라인 일부, 또 유 위원장의 ‘바른 소리, 쓴소리’에 심리적으로 동조하는 인물군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 위원장도 사석에서 정치인으로 자질이 있는 후배 의원이 누구냐고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선 “도대체 유승민 키즈는 누구냐”는 ‘취재’가 조용히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NLL 정국’에서 새누리당의 대응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뭉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을 두고 초·재선 그룹과 30~40대 의원 중 경제민주화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당 지도부에 반대하는 ‘경제소장파’와, NLL 정국에서 제대로 된 공격과 방어를 하지 못한다며 여러 루트로 쓴소리를 해대는 ‘안보소장파’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비박 진영에 있었거나 그런 성향의 인물들로 ‘쌍태’라 불리는 김성태 김용태 의원과 김영우 박민식 조해진 하태경 의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김영우 의원은 국회 본회의 ‘NLL 대화록 열람’ 표결에 불참하면서 “NLL 포기 발언과 정상회담 열람과 공개는 별개이며 앞으로 외교를 위해 잘못된 일이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재오계, 김성태 의원은 친이 성향의 중립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정치권은 새누리당의 새 계파의 출연은 아직 ‘배아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원래 ‘계보와 계파는 정치적 지향점이 같으면서 한 인물을 중심으로 오롯이 하고, 또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면서 결속력이 강하고 희생정신까지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신계파’는 그렇지는 않다는 뜻이다. 또 일각에선 스타가 없는 현 정치권은 앞으로 때와 사안에 따라 ‘세력화 유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없어지지는 않지만 과거처럼 완전히 ‘누구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두목형 계보나 계파는 좀처럼 찾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었다. 정치권 사정을 잘 아는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은 이랬다.
“패거리 정치는 써먹기에는 좋지만 논공행상 과정에서 항상 불미스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골치 아프고, 특히 돈의 정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현실화도 어렵다. 폐습의 대상이기도 해 패거리 수장으로 거론되는 것도 점차 싫어할 것이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