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근로자 밀집 거주지역.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에 변화된 조세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면서 논란도 많았던 것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가족들에 대한 공제 여부였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는 만 60세 이상 부모의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 동거 여부에 관계없이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부모의 나이가 만 70세 이상인 경우 경로우대공제도 추가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이러한 부양가족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조세당국이 한참 머리를 싸맸다고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세금을 내고 있는 만큼 외국 현지의 부모에 대한 소득공제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국세청에서 이를 놓고 고심을 했는데 국제조세 담당 쪽에서는 형평성을 들어 해주는 것이 옳다고 한 반면, 개인조세 담당 쪽에서는 부모의 소득이 과연 연 100만 원 이하인지 파악할 수 없다며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반대했다”고 털어놨다.
이 문제를 놓고 국세청에서는 기획재정부에 자문을 구했다. 교수 등 전문가 4명으로 이뤄진 자문단에서 여러 차례 논의한 끝에 내려진 결론은 이랬다. ‘부모 소득 파악이 어렵더라도 형평성 차원에서 부모에 대한 기본공제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중국 국적을 가진 동포라는 점도 이러한 결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세법 개정에서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통상 1년 이상 국내 거주에 필요한 직업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들도 부모의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 동거 여부에 관계없이 기본공제를 받게 됐다. 다만 부모와 가족관계임을 증명하는 서류와 해당 거주지 국가에서 연간 소득이 100만 원 이하임을 증명하는 서류, 직접 부모를 부양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 국적의 원양어선을 타고 먼 바다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선원들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도 생겨났다. 과거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망망대해를 떠돌며 참치 등 수산물을 잡는 국내 근로자들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1995년까지 원양어선을 타는 선원들의 경우 종합소득세 산출세액의 50%를 공제해주는 국외근로소득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세금부담을 줄여줬다.
이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원양어선을 타는 국내 선원들에 대해서는 일반 해외근로자(월 100만 원)보다 높은 월 150만 원의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를 시행해왔다. 문제는 최근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3D업종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원양어선을 타는 한국인 선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선장이나 기관장 등 간부선원들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원양어선 선원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외국인인 탓에 한국 국적의 원양어선을 타면서도 국내 근로자가 받는 국외근로소득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었다. 지난해 원양어업계에서 이들 외국인 선원들에 대해서도 국외근로소득 세액공제를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한국 국적 원양어선을 타고 있는 점과 소득 세액공제가 주어질 경우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다. 정부도 원양어업이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과 원양어업계 비용 절감 등을 고려해서 외국인 선원들에 대해서도 소득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결론을 내렸다.
글로벌화 흐름에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조세 혜택에도 변화가 생겼다. 서민층에 속하면서 수출 증대에 노력하는 건설 근로자들에 대한 혜택은 늘어난 데 반해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일부 금융기관 직원에 대한 혜택은 축소된 것이다.
해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원양어선 선원과 마찬가지로 월 150만 원의 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이러한 해외건설 근로자의 범위에 건설현장을 지원하는 자재나 관리담당 근로자까지 포함시켰다. 해외건설 수주가 늘어나는 등 활발한 해외진출을 벌이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를 돕기 위한 것이다. 또 중산층이나 서민층에 속하는 이들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의도도 포함됐다.
이에 반해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직원들 중 해외에 파견된 이들에게 주어지던 소득세 비과세 한도는 대폭 축소됐다. 이들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외교관과 동일하게 해외 근무수당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 7월 1일부터 해외 근무하는 이들 금융기관의 직원들은 일반 해외근로자와 동일한 월 100만 원 한도의 소득세 비과세 혜택만을 받게 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초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관광공사 등의 해외근무 직원들에 대해서도 소득세 전액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려고 했으나 이들 직원들은 중소기업 수출증대나 오지 근무 등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제외했다”면서 “한국은행 등 금융기관의 경우 해외 근무자들이 거주비와 아이들 학비 등으로 상당액의 근무수당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과세 한도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흐름에 맞추는 조세정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감소하고 있는 취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 세부추진방안’에는 국내 근로자들을 고용할 경우 혜택을 주는 차별적(?) 조세제도가 담겨 있다. 정부는 구직 데이타베이스(DB)에 등록된 구직자가 근무조건이 열악한 ‘빈일자리 DB’ 등록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취업 후 1개월 경과시 30만 원, 6개월 경과시 50만 원, 12개월 경과시 100만 원 등 연 최대 180만 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