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오른쪽 세 번째)를 직접 거론, 공개 질책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사진제공=청와대
박 대통령은 “주택 매매 활성화를 통해서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하는 국토부와 지방 재정을 걱정해야 하는 안행부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국민들과 밀접한 문제들에 대해 정부 부처들 간에 먼저 내부적인 협업과 토론이 이뤄져서 타당성 있는 결론이 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언론에 부처 간 이견만 노출되면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해 경제부총리께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서 개선 대책을 수립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언급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공개 질책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경제정책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기 위해 일부러 경제부총리까지 신설해 놨는데도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뭔가가 잘못 돼가고 있다며 특정 인물을 거론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튿날인 10일 언론사 논설위원실장·해설위원실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좀 더 포괄적으로 자신의 1기 조각 결과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참석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솔직한 토로였다. 발언 내용은 이렇다.
“전문성 있는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아닐 수가 있다. 사람이 하다 보면 최선을 다해도…. 그렇다고 당장 변경을 시킬 수는 없잖나. 세상사라는 게. 그러니까 참고로 했다가 또 기회가 되면 적합한 자리로 변경을 해야지. 신 같은 통찰력을 갖고 속속들이 다 보고 (인사를)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 많이 듣지만….”
즉, 능력 있고 청렴한 인물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기용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사라는 게 문제가 있다고 당장 교체할 수는 없으니 차차 기회를 보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현 내각과 청와대 수석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인적쇄신 가능성에 대한 시사까지 담긴 발언이었다.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새 정부 들어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협업과 정책 조율을 누차 강조한 바 있는데 공항 면세점, 다문화 정책에서 부처 간 협업과 조율이 안 되고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성재) 고용복지수석께서 산업 안전보건 점검 결과와 돌봄시설 점검 결과를 보고했는데, 그동안 여러 지적에 대해 개선 방안을 추진했을 텐데도 위반 사항과 지적 사항이 줄지 않아 참 답답하다”고도 말했다.
교체론이 돌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최성재 고용복지 수석, 최문기 미래부 장관(왼쪽부터).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현오석 부총리다.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경제 컨트롤타워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끊임없이 현 부총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꺼낸 카드는 추경과 부동산 대책이었는데, 그 중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게 뭐가 있느냐”며 “더 이상은 이전 정부 탓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공직사회에서 경제에 관한 한 ‘조통령, 주총리, 현과장’이라는 우스개가 돌고 있다”며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대통령이고 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이 경제총리인데 정작 현 부총리는 과장급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는 비아냥 섞인 평가”라고 전했다.
경제 활성화가 지지부진하면서 상반기 세수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도 현 부총리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하반기 2차 추경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할 경우 현 부총리로서도 더 이상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역시 현 부총리와 함께 불안한 자리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 ‘창조경제’ 개념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 상반기가 다 지나 하반기에 접어든 시점까지 손에 잡히는 성과를 전혀 못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에서다. 창조경제는 박 대통령 국정철학의 핵심 개념인 만큼 이를 추진하는 미래부가 실세 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불과 4개월여 사이에 “미래부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혹평을 듣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수석 중에서는 최성재 고용복지수석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성재·최순홍 수석 모두 박근혜 정부 주요 국정과제를 추동해야 할 핵심 인사들이지만 진작부터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두 수석 모두 학계 출신 전문가 발탁 케이스로, 기존 관료 출신들에게 바랄 수 없는 창의성과 관행 파괴 등을 기대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업무 장악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곽 수석 역시 초기부터 끊이지 않은 민정수석실 내부의 알력설, ‘윤창중 파문’ 처리 과정에서의 잡음 등이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공헌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