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그러나 어 전 회장의 자랑스러움은 그리 오래 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선 어 전 회장은 금감원의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정보 유출이라는, 금융권에선 꽤 심각한 사안이 걸린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5월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이 미국 주주총회 안건 분석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에 내부정보를 제공해 일부 사외이사 선임을 막으려 한 혐의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박 전 부사장은 보직해임됐으나 금감원은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어 전 회장에 대해서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어 전 회장이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는 것은 물론 퇴임 후 받을 예정이던 수십억 원의 성과급도 취소된다.
임영록 회장도 어 전 회장의 말·행동과 선을 긋고 있다. 이 같은 일들을 두고 KB금융이 어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징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김종준 하나은행장(당시 하나캐피탈 대표)에게 퇴출 직전에 몰려 있는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하나캐피탈이 참여, 미래저축은행을 지원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의 혐의가 최종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 김 전 회장에 대한 징계 문제도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제재심의실 김상대 은행팀장은 “제재심의위원회 개최가 8월 22일로 예정돼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어·김 전 회장에 대한 안건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금감원은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산업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했다. 지난 3월 감사원이 지적한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뱅킹’의 역마진 구조의 문제점을 비롯해 강 전 회장 재임 시절 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다이렉트 뱅킹에 대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낮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여서 자산건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2011년 10월 출시된 다이렉트 뱅킹은 강 전 회장이 산은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후 처음 출시한 금융상품으로서 산은 측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역시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지난 5월 30일 감사원이 발표한 ‘우리금융지주 및 자회사 경영관리실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11년 대손충당금(금융회사가 대출금을 떼일 경우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경영성과 평가에 반영하지 않은 채 목표이익을 초과 달성한 것처럼 꾸며 전 직원에게 초과성과급 715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어려운데 직원들에게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또 이 전 회장에 대해서도 ‘낙하산, 정실 인사’를 지적했으며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우리은행 비상임이사를 겸임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대형 금융지주 수장들이 전부 교체되면서 금융권에서는 한때 ‘사정 바람’이 몰아치기도 했다. 정부에서 금융권도 손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임원들뿐 아니라 차장급 이상 간부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형국”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