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의붓딸에게 물을 과도하게 마시게 하는 등 학대한 4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3일 광주지법 형사4단독 김대현 판사는 의붓딸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박 아무개 씨(44)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2010년 한 여성과 동거하면서 변비증세가 있는 의붓딸인 A 양(9)에게 꼭 지켜야 할 ‘4가지 약속’을 정해줬다고 한다. 4가지 약속은 ‘물 잘 먹기’, ‘대변보기’, ‘부모님 말씀 잘 듣기’, ‘거짓말하지 않기’ 등 이었다.
박 씨는 A 양이 이 중 한 가지라도 지키지 않으면 가혹한 벌칙을 줬다. 군대 기합처럼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시키는 한편, 반성문을 30~50장씩 쓰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8월에는 A 양이 “방학숙제를 다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효자손으로 폭행해 양쪽 눈에 심한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박 씨의 가혹행위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지난 2012년 10월엔 A 양이 3~4일간 변비였다는 이유로 1.8ℓ들이 물병 두 병을 1시간 30분 동안 모두 마시도록 강요했다. 수분을 과다 섭취한 A 양은 결국 저나트륨혈증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저나트륨혈증은 두통, 구토 등의 증상에서 심하면 정신 이상과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 증세다.
재판장에서 박 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A 양이 다행히 치료를 받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위탁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피해자 어머니도 피고인을 용서한 점, 피고인이 가정을 잘 꾸리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이번에 한해 가정생활을 유지하도록 선처한다”고 판시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