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가의 3대 장손인 이재현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과정에서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병(Charcot Marie Tooth Disease, CMT)’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 지난 8일 CJ그룹은 보도 자료를 통해 “이 회장은 유전병 샤르코 마리 투스병뿐만 아니라 만성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을 복합적으로 앓고 있다”고 밝혔다(아래 기사 참조).
샤르코 마리 투스병은 유전병인 데다 희귀난치성 질환이라 일반인들에게는 병명조차도 생소하지만 발병률은 꽤 높은 편이다. 인구 10만 명당 36명의 발병률을 보이는데 유전질환 중에서도 발병 빈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공식적인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전문의들의 의견에 따르면 국내에도 약 1만 600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샤르코 마리 투스병은 인간의 염색체에서 일어난 유전자 중복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다. 손과 발의 말초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중복돼 정상적인 유전자 발현 과정을 수행하지 못해 발병한다. 때문에 사지의 장애를 유발하는 게 특징이다. 손과 발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해 힘이 약해지면서 근육이 뒤틀리는 등의 변형도 일어난다. 발목 근육이 약해져 발등을 안쪽으로 당기지도 못해 발이 아래로 처지는 족하수가 생기거나 발가락이 항상 구부러진 상태가 되기도 한다.
다만 유전자 돌연변이의 종류에 따라 증세는 천차만별이다. 군 입대도 문제없을 정도로 정상에 가까운 가벼운 상태에서부터 중증의 경우 보행이 힘겨워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병이 심각하게 진행되면 신체 기형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케이스다.
다행히도 이재현 회장의 상태는 아주 심각하지는 않다고 전해진다. 보통 10대나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증세가 나타나 나이가 들수록 악화되는데 이 회장도 50대가 되면서 특수신발 등의 보조기구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상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고쳐야만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지나 아직까지 그 방법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신경과 박사는 “겉으로 봐서는 이 회장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최근의 모습을 보면 보조기구를 착용했더라도 보행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아주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으로 일상적인 생활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라 이 회장의 자녀들도 같은 병을 앓지 않으리란 보장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주치의 “신장 이식 시급”
“현재 이재현 회장은 신경근육계 유전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병이 현저히 진행되고 있다. 2008년에 발병한 신부전증은 말기 단계로 신장기능이 정상인의 10% 이하로 떨어졌다.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말기 단계(5기)로 요독증이 진행되고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지난 8일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를 공개하며 상당히 위중한 상태임을 강조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을 복합적으로 앓고 있어 혈액투석도 불가해 하루빨리 신장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이 회장은 신장이식을 위해 지난해 8월 가족들을 대상으로 공여자 적합 검사를 실시했고 아들 선호 씨(23)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회장이 아들도 유전적으로 신장이 안 좋을 수 있다며 수술을 거부했다. 올해 5월이 돼서야 “더 이상 미루면 수술조차도 어려울 수 있다”는 주치의의 권고로 수술 날짜를 조율하게 됐는데 이마저도 검찰 수사로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병을 내세워 죄를 줄이려 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CJ그룹과 주치의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주치의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이식을 못 받으면 몸에 노폐물이 쌓여 정상생활을 할 수 없고 심하면 의식 상실도 올 수 있다. 이식 수술을 해도 2~3개월의 회복기간을 거쳐야 복귀가 가능하다”며 이 회장의 건강을 염려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