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맥주 사업을 시도했다. 이미 지난 1999년부터 당시 ‘카스’를 만들던 진로쿠어스맥주(현 오비맥주)를 롯데가 인수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롯데는 지난 2004년 일본 아사히맥주와 합작해 ‘롯데아사히주류’를 설립해 이듬해인 2005년부터 아사히맥주를 수입·판매해 오며 아사히맥주를 국내 수입맥주 시장 1위 제품으로 만들었다. 지난 2009년엔 두산주류를 인수해 소주 사업을 시작했지만 같은 해 오비맥주 인수에는 실패하면서 맥주 사업의 닻을 올리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롯데는 맥주 제조를 향한 꿈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월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하례회에서 “맥주사업은 그룹의 숙원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회장의 이 발언이 있은 직후인 같은 달 중순 롯데는 충북 충주시와 맥주공장 설립에 관한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3월에는 국세청으로부터 맥주 제조 면허를 취득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충주 맥주 공장 건설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롯데는 지난해 5월, 본 공장 착공까지 3년을 기다리는 대신 맥주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고 소비자 수요 파악을 통한 시장 연착륙을 위해 파일럿(시험용)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BG(롯데주류)가 충북 충주시 주덕읍 화곡리 일대 충주 신산업단지 내에 1800억 원을 투자해 9만 9000㎡(약 3만 평) 규모의 파일럿 공장을 짓고 있는 가운데, 롯데주류가 최근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에서 생산·연구 분야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이 회사 전직 고위 임원을 전격 영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업계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생산 및 연구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얼마 전 정년퇴임한 전무급 임원을 수억 원을 들여 영입했다”며 “시제품 생산을 목전에 두고 품질 및 생산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최근 하이트진로에서 정년퇴임한 전무급 임원을 자문 역할로 영입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롯데주류는 또한 최근 시제품 생산을 위한 일체의 생산 설비에 대한 수주처로 독일의 ‘크로네스(Krones)’를 확정하고 본격 생산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네스는 맥주를 포함한 음료 공정·주입·포장 설비 시장에서 세계 선두 업체로 명성이 높은 회사다. 이에 따라 롯데주류가 애초 내년 상반기로 예상했던 시제품 생산 일정을 내부적으로 오는 10월께로 앞당겼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독일 크로네스에 파일럿 공장 제조 설비를 턴키(Turn key·일괄수주) 방식으로 발주했다”며 “첫 시제품에 대한 생산 일정이 애초보다 이른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아직 생산 설비에 대한 발주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제품 생산 시기도 10월은 조금 이른 듯하고 내년 초는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가 파일럿 공장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은 연간 5만㎘(킬로리터)로 500㎖기준으로 1억 병가량이다. 본 공장은 오는 2015년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공시 연간 50만㎘의 맥주가 생산될 예정이다.
한편 본 공장 착공까지 2년을 남겨 둔 롯데주류가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오비맥주 인수에 재도전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M&A를 통해 일거에 몸집을 키워 시장에 전격 진입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롯데주류 관계자는 “현재로선 충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비맥주를 인수할 여력은 없다”며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