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위조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강운태 광주시장이 지난해에는 프로축구 광주FC 강등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경기장에서 최만희 감독(왼쪽)과 악수하는 강 시장. 연합뉴스
최 감독은 “강등제에서 2부리그로의 강등을 피하지 못한 것에 무거운 책임을 갖는다”라며 강등의 책임을 스스로 떠안으면서도, 지난 2년 동안 팀 전체를 이끌었던 박병모 단장과 구단의 운영 실태에 대해 작심한 듯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박 단장은 현장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숙소에 전용식당이 없어 숙소 옆 음식점에서 끼니를 때워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들의 숙소도 “겨울 온도가 영하 10℃ 이하로 떨어져도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했다. 좁은 2인 1실 숙소는 여름에 38℃를 넘어가 선수들이 힘들어 했다. 하지만 박 단장은 이를 방치했다”고 폭로했다.
이밖에도 최 감독은 “2012년 3월 시즌에 들어갔는데 선수들이 사용할 장비가 하나도 지급되지 않았다. 축구화조차 없었다. 그리고는 박 단장은 용품회사에서 나온 선수들 장비를 선수들이 아닌 다른 곳에 주는 일도 있었다”, “선수의 이적과 방출 문제에 대해서도 감독인 나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단장이 마음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 감독은 “시민구단은 구단주인 시장이 모든 것을 다 챙길 수 없다. 그만큼 임명받은 수장이 잘해야 한다. 하지만 박 단장은 운동장이 없어 훈련을 못한다는 우리의 말에 ‘없으면 맨땅에서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이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국프로축구 시민구단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지자체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광주시장에 당선됐고, 2011년 광주FC 창단과 함께 구단주에 올랐다. 최 감독이 앞서 언급했던 박병모 단장은 바로 강 시장이 임명한 인물이었다. 박 단장은 전남의 한 지역신문 편집국장을 거쳐 6월 지방선거 당시 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홍보본부장을 역임한 강 시장의 최측근이었다. 이에 박 단장은 구단 단장 취임 때부터 축구단 운영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인물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던 중 2011년 9월 광주FC 서포터스들과 박 단장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사건이 벌어졌다. 박 단장이 구단 직원 채용과정에서 지원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배임수재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것. 박 단장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지만 팬들은 박 단장이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그의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 시장과 박 단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패한 후 경기장을 떠나는 광주FC 선수들. 연합뉴스
결국 광주FC는 열악한 선수단 환경과 갈등 속에 2012년 K리그 순위 15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2부리그로 떨어지게 됐고, 앞서 최만희 감독의 퇴진에 이어 지난해 12월 18일에는 팬들과 갈등을 빚었던 박 단장까지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퇴하게 됐다.
구단과 선수단, 서포터스 간에 내부 갈등이 심해져 강등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구단주인 강운태 시장은 어떠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 시장 측 관계자는 “시즌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어떤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 리그가 끝나고 박병모 단장과 박흥석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교체해 분위기를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광주 ‘빛고을’ 서포터스의 이 아무개 씨는 “이미 강등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 아니냐. 구단주인 강 시장이 더 일찍 구단 상황에 관심을 갖고 박 단장을 퇴진시켜 구단 운영을 정상화했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강등당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광주FC의 이러한 갈등이 비단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도 있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유나이티드도 경기 때마다 응원석에 ‘단장 자르라’는 걸개가 내걸릴 정도로 다른 구단들도 다 이상하게 운영되고 있다. 문제 있는 구단은 많지만 다만 광주FC가 강등되면서 그러한 문제가 드러난 것뿐”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시민구단의 경우 지자체장이 구단주를 맡게 되는 특성상 구단 지원이나 투자가 정치적 입장과 연계돼 연속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해구 단장과 여범규 감독 체제 하에서 안정을 찾은 광주는 지난 26일까지 K리그챌린지에서 3위를 기록하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제 구단 초기 2년간의 갈등의 중심에 박병모 단장과 최만희 감독은 떠나고 구단주인 강운태 시장만이 남아있다. 광주FC의 1부리그 재진입을 위해서는 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수사 들어가자 관련자들 “…”
2019년 한국 최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라는 성과를 거두고도 바로 ‘공문서 위조’라는 오명을 쓰면서 대회 유치가 빛을 바랬다.
강 시장의 공문서 위조 논란은 정치권에까지 비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강 시장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까지 나서 잘못을 지적하면서 여권 전체가 강 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대회 개최지 확정일에 고발 사실을 알린 것도 ‘국비 지원 불가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무총리 사인 위조 사실을 알리며 곧바로 예산 지원 철회 방침을 언론에 흘렸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강 시장도 “대회 유치는 광주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 의결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및 기획재정부의 최종 승인을 거친 공식적인 행사로 법적·행정적 하자가 없고 유치신청서를 세계수영연맹에 최종 제출한 내용에는 분명히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명한 정부보증서 정본이 첨부돼 있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원을 거절한다면 광주에 대한 차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는 모두 1737억 원 국비를, 2013년 인천아시안게임은 지금까지 5039억 원의 국비를 지원해준 전례 등 형평성에 비춰도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반드시 정부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끝내 정부에서 지원을 거절한다면 이는 광주에 대한 차별과 편협한 시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난 19일 강 시장의 공문서 위조 혐의가 언론에 쏟아져 나오던 초반과는 달리 막상 수사에 들어가자 사건 관계자들은 모두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지난 22일 광주지검에 고발이 아닌 수위를 낮춘 수사의뢰를 했다. 대상자도 강 시장이 아닌 유치위원회 관계자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이 유치위원회 위원장인 만큼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고발이 아닌 만큼 검찰은 수사를 진행한 뒤 혐의가 드러나면 관계자를 입건하지만 혐의가 없으면 단순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검의 한 관계자는 “관련자를 확보하고 수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